北 핵탄두, 화성-15형 ICBM 탑재 가능한 600kg규모 추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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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첫 언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17년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지도 현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으로 추정되는 수소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17년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지도 현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으로 추정되는 수소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 가능성을 제기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유엔 보고서)와 관련해 군은 4일 핵 소형화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기존 평가를 유지했다. 아직 ‘완성’ 단계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초 발간된 ‘2018 국방백서’도 북한의 핵 소형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걸로 보인다고 적시한 바 있다.

하지만 유엔까지 관련 공식 평가를 내놓을 만큼 북한의 핵 소형화는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통상 첫 핵실험 후 2∼7년, 아무리 늦어도 10년 안팎이면 핵탄두 소형화를 달성한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차 핵실험(2006년) 이후 14년이 흘렀고, 6차 핵실험(2017년 9월)에서 수소폭탄 테스트까지 성공한 북한의 소형화 기술은 성공을 넘어 ‘완숙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앞서 미 국방정보국을 비롯해 해외 정보기관과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평가를 누차 제시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6, 2017년에 공개한 핵탄두는 연이은 핵실험으로 축적한 기술의 결집체였고, 지금은 그보다 더욱 정교한 핵탄두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당국은 “아직까지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회원국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 단계”라면서도 “최종적으로 실제 보고서에까지 반영된다면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엔 보고서가 지금까지는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없는 만큼 북한 핵능력에 대해 고조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스커드급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노동급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700kg∼1t)를 순차적으로 개발 배치한 후 화성―14·15형 ICBM용 핵탄두(500∼600kg 추정)까지 양산을 앞두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현재로선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는 550∼600kg(기폭장치, 배터리 등 포함) 규모로 추정된다”며 “김정은이 2017년 공개한 수소폭탄(의 탄두) 크기로 볼 때 화성―15형 ICBM에 탑재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 보고서에서 북한이 다탄두(MIRV) 시스템을 위한 추가 소형화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핵탄두를 더 가볍고 작게 만든 뒤 여러 발을 미사일에 장착하면 한 번에 여러 개의 표적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다탄두 ICBM을 전력화하면 워싱턴과 뉴욕에 대한 ‘동시 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탄두 ICBM에 ‘디코이’(decoy·가짜 탄두)를 섞어서 여러 발의 핵탄두를 순차적 동시적으로 투하할 경우 상대국에서 요격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북한의 다탄두 개발 징후도 관측된다. 지난해 말 평안북도 동창리 시험장에서 화성―15형 ICBM에 사용된 ‘백두엔진’보다 추력이 센 신형 엔진을 연거푸 시험한 게 대표적 증거로 꼽힌다. 신형 엔진을 활용하면 2, 3개의 핵탄두(1∼1.5t)를 ICBM에 실어 미 본토까지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5년 뒤에는 다탄두 ICBM을 개발 배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여섯 번의 핵실험으로 핵 소형화를 완성한 북한이 다탄두 ICBM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의 핵능력은 핵 소형화를 넘어 다탄두로 진화하는 과정이고, 마지막 관문인 ‘재진입 기술’에 주력하는 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한기재 기자
#북한#핵탄두#소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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