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적 같은 선방” 文 경제인식, 그릇된 처방 나올까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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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분기 대비 ―3.3%를 기록한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매우 큰 폭으로 성장이 후퇴하는 것에 비하면 기적 같은 선방의 결과”라고 말했다.

―3.3% 성장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의 ―6.8% 이후 최저 성장률이고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 ―3.28%보다 낮은 성장률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아마 독일(―10.1%), 미국(―9.9%), 일본(―8.5%) 등의 2분기 성장률이 워낙 나쁜 것과 비교하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덜 떨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11%나 급반등한 것과 비교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있다고 쳐도 실직 폐업, 매출 격감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을 두고 ‘기적 같은 선방’은 지나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올 2분기 ―3.3%는 정부가 슈퍼 팽창예산에 세 차례나 추경을 편성해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다. 기업과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재정 여력에도 한계가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 파산신청 건수가 52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광주와 부산지역은 작년보다 각각 125%, 100% 증가했다. 지방의 주요 산업공단에서는 경영난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쓰러질 수 있어 대출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을 때도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하는 등 경제 상황을 오진(誤診)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선방’ 발언이 집값 불안과 실정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정치적 자화자찬 진단이라면 현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릇된 진단에 따른 빗나간 처방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제성장률#경제인식#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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