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앞에 당당, 도전 앞에 당돌… ‘태극소녀 삼총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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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후까지 보는 10대 유망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의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스타인 ‘뜀틀 요정’ 여서정(18·왼쪽 사진)과 ‘천재 소녀 클라이머’ 서채현(17·가운데 사진), ‘탁구 신동’ 신유빈(16)은 올림픽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며 구슬땀을흘리고 있다. 당찬 10대 소녀들은 “올림픽 준비 기간이 1년 더 주어진 만큼 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1·동아일보DB·월간탁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의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스타인 ‘뜀틀 요정’ 여서정(18·왼쪽 사진)과 ‘천재 소녀 클라이머’ 서채현(17·가운데 사진), ‘탁구 신동’ 신유빈(16)은 올림픽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며 구슬땀을흘리고 있다. 당찬 10대 소녀들은 “올림픽 준비 기간이 1년 더 주어진 만큼 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1·동아일보DB·월간탁구 제공
“‘1년이나 더 참아야 돼?’라는 답답함이 아닌 ‘1년 더 준비할 수 있네’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올림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잖아요.”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의 개막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기된 현실에도 당찬 10대 소녀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당초 24일 개막할 예정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은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이 연기돼 내년 7월 23일에 막을 올린다.

다시 올림픽을 1년 앞둔 출발점에 선 ‘뜀틀 요정’ 여서정(18)과 ‘탁구 신동’ 신유빈(16), ‘천재 소녀 클라이머’ 서채현(17)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추가 시간’을 값지게 사용하고 있다. 도쿄를 넘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여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뜀틀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49)의 딸 여서정은 지난해 자신의 고유 기술인 ‘여서정’(뜀틀을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720도 회전하는 기술)을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등록시켜 세계 체조계를 놀라게 했다. 이미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여서정은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의 부녀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급격히 성장 중인 그에게 1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것은 메달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여서정은 “내가 가진 기술을 더 많이 연습해볼 시간이 생겼다. 기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근력 향상과 착지 훈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만 14세에 한국 탁구 역사상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던 신유빈은 1월 올림픽 세계 단체 예선 패자 결승전에서 맹활약(2승)하며 올림픽 단체전 티켓 획득을 이끌었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한 신유빈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 준비 등을 위해 요즘 인천에 위치한 팀 훈련장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신유빈은 “여러 언니 오빠들과의 경기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볼의 파워를 키우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채현은 코로나19가 올림픽 준비 과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리드 월드컵에서 4연속 우승하며 ‘신동’으로 떠오른 서채현은 올림픽 연기로 기존에 확보했던 올림픽 출전권이 취소돼 12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다시 출전권 획득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다가올 도전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 세부 3개 종목(리드, 볼더링, 스피드) 중 스피드 기록을 10초대에서 8초대로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반복 훈련이 필요했는데 준비 기간이 늘어나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성장할 재목인 이들은 10대 선수들이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에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첫 무대부터 파란을 일으키기를 원하고 있다.

신유빈은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올림픽은 무려 4년(도쿄 올림픽의 경우 5년)을 준비하는 만큼 힘든 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올림픽에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정말 많이 출전한다. 그들과 경쟁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또한 후회 없는 경기로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으로 향하는 과정이 때론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기술 훈련 외에도 엄격한 체중 관리와 힘겨운 근력 운동 등을 해야 한다. 그래도 즐겁게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 한동안 기구를 사용한 훈련을 하지 못하다가 5월에 학교(경기체고)를 가면서 다시 시작한 여서정은 “훈련을 많이 쉬었기 때문에 몸을 이전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힘들지만 다시 몸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신체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퍼즐 맞추기나 음악 듣기로 해소하고 있다.

서채현은 올림픽이 끝난 이후의 삶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는 스포츠클라이밍을 벗어나 자연암벽 등반에 나설 예정이다. 서채현은 “정해진 루트를 오르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의 바위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스페인 시우라나의 41m 고난도 자연암벽인 ‘라 람블라’ 완등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유혹을 이겨내고 생체 리듬을 경기 일정에 맞춰야 한다. 신유빈은 “1년의 준비 기간 동안 프로그램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그리며 이겨내겠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방탄소년단(BTS)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생각을 하면서 힘을 내고 있어요.”
‘뜀틀 요정’ 18세 여서정
세계체조가 놀란 720도 회전… 아버지 이어 올림픽 메달 꿈
“훈련 재개 두달, 더 많은 땀”
 

▽생년월일: 2002년 2월 20일·18세
▽종목: 체조(뜀틀)
▽소속: 경기체고
▽별명: 뜀틀 요정
▽주요 수상 경력
―2018 자카르타 - 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 뜀틀 금메달
―2019 국제체조연맹 종목별 월드컵(호주) 시리즈 여자 뜀틀 금메달
▽특이 사항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뜀틀 은메달 여홍철의 딸
―자신의 고유 기술인 ‘여서정’(난도 6.2점)을 국제체조연맹 채점 규정집에 등록

‘클라이밍 천재’ 17세 서채현
따놓은 티켓 취소돼 재도전해도 부족한 스피드 키울 기회라 여겨
올림픽 뒤엔 41m 자연암벽 목표

▽생년월일: 2003년 11월 1일·17세
▽종목: 스포츠 클라이밍
▽소속: 신정여자상업고
▽별명: 천재 소녀 클라이머
▽주요 수상 경력
―2020 전국스포츠 클라이밍선수권대회 리드, 볼더링, 콤바인 우승
―2019 월드컵 2∼5차 리드 금메달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리드 금메달
▽특이 사항
―최연소(만 16세) 국가대표 선발
―부친도 현역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

‘탁구 신동’ 16세 신유빈
단체전 출전권 획득 기여 막내
“금 따면 BTS 만날 수 있겠죠? 그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어요”

▽생년월일: 2004년 7월 5일·16세
▽종목: 탁구
▽소속: 대한항공
▽별명: 긍정왕, 신똘
▽주요 수상 경력
―여성 체육 대상 꿈나무상(2015년)
―대한탁구협회 신인상(2017년)
―체코오픈 혼합복식우승(2019년)
▽특이 사항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만 14세)
―탁구 신동으로 다수 TV 프로그램 출연
―대표팀 막내로 도쿄 올림픽 단체전 출전 티켓 획득 기여

 
정윤철 trigger@donga.com·황규인·유재영 기자
#태극소녀 삼총사#여서정#서채현#신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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