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음악인생 정리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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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돌아온 작곡가 손무현
신작 음반 ‘Team Sohn’ 발매
박상민 김완선 박기영에게 준 곡… 현대적 감각으로 재편곡해 수록
“음악다운 음악 다시 보여 주고파”

1990년대 유명 기타 브랜드 ‘콜트’는 ‘손무현 기타’를 생산했다. 임재범이 그룹 ‘외인부대’에서 ‘타도 시나위’를 위해 영입한 비밀병기가 고교생 손무현이었다. 어느덧 한양여대 실용음악학과장이자 ‘손 교수님’이 된 그의 신작에는 진효정, 에이퍼즈 등 제자들도 참여했다. 손무현 제공
1990년대 유명 기타 브랜드 ‘콜트’는 ‘손무현 기타’를 생산했다. 임재범이 그룹 ‘외인부대’에서 ‘타도 시나위’를 위해 영입한 비밀병기가 고교생 손무현이었다. 어느덧 한양여대 실용음악학과장이자 ‘손 교수님’이 된 그의 신작에는 진효정, 에이퍼즈 등 제자들도 참여했다. 손무현 제공
희대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손무현(52)이 돌아왔다. 자기 이름 세 글자를 간판으로 달고. 1993년 2집 이후 무려 27년 만에.

17일 만난 손 씨는 “33년 음악 인생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하는 의미를 눌러 담았다”며 신작 음반 ‘Team Sohn’(13일 발매)을 건넸다. 그는 2017년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뇌경색으로 대수술을 받은 것이다.

“한동안 정신이 멍하고 말이 어눌할 정도였어요. 당시 준비하던 데뷔 30주년 프로젝트를 미뤄뒀죠. 건강을 회복하고 마침내 신작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는 “1990∼2000년대 작곡가로서 가수들에게 준 곡 중 완성도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다섯 곡을 재편곡해 신작에 실었다”고 했다. 첫 곡 ‘maniac’은 박상민 4집(1997년)에 담긴 ‘정말이지 나는’(작사 김현철)의 셀프 리메이크. ‘약속’과 ‘너에게’는 박기영, ‘baby baby baby’는 박지윤, ‘애수’는 김완선에게 줬던 노래다. 손 씨 특유의 세련되고 리드미컬한 편곡 솜씨에 현대적 사운드를 덧대 원곡을 다시 벼렸다.

그는 중3 때 기타를 들었다. 고교에 가서는 ‘경기고에 기타 괴물이 있다’는 입소문을 몰고 다녔다. 1987년 고3 때 헤비메탈 그룹 ‘외인부대’에 스카우트됐다. 그룹 ‘시나위’를 탈퇴한 임재범이 결성한 밴드.

이후 김완선 백밴드 ‘실루엣’에서 윤상과 활동한 뒤 김완선 5집(1990년) 제작의 전권을 넘겨받았다. ‘나만의 것’ ‘가장무도회’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작곡해 모두 차트 1위에 올렸다.

“‘삐에로는…’은 마돈나, 재닛 잭슨을 떠올리며 만든 회심의 곡이었어요. 그간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해서인지 시집을 보낸 느낌이죠.”

그래도 요즘 이른바 ‘힙지로’(힙스터들이 모이는 서울 을지로)에서 Z세대가 이 곡에 맞춰 춤춘다는 얘기가 그는 무척 신기하다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신작 음반 ‘Team Sohn’을 들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신작 음반 ‘Team Sohn’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신작 ‘Team Sohn’이 상기시키듯, 그는 미디엄템포 웰메이드 가요 작곡의 귀재다. 1990년대 인기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실린 ‘아껴둔 사랑을 위해’(이주원) ‘나의 너에게’(이신) ‘너에게로 가는 길’(장동건) 모두 그의 작품. 그러나 가요계는 1992년을 기점으로 빠른 템포의 댄스곡 위주로 재편됐다. 그러니 역설적이다. 태풍의 눈이던 서태지와 아이들 1집에서 손 씨가 기타 연주를 맡았던 것이.

“제 무덤을 판 셈이죠. 하지만 거대한 흐름을 탓할 수는 없어요. 도피하듯 영화음악 판으로 떠났죠.”

영화 ‘깡패수업’ ‘주유소 습격사건’ ‘광복절 특사’ ‘신라의 달밤’ 등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2004년 교단에 오르며 음악가로서 손무현은 영영 퇴장한 듯했다.

“대중에게서 잊힌 건 아쉽지만 그 대신 교육자로서 소중한 제자들을 얻었습니다.”

16년간 수많은 학생이 그를 거쳤다. 천단비 민서 같은 보컬, 에이퍼즈를 비롯한 많은 연주자, 세정(구구단, 아이오아이) 지숙(레인보우) 같은 아이돌 가수도 있다.

이제 다시 그의 차례다. 스스로 새삼 실용음악가로서 존재 이유를 찾아 나선다.

“(정)원영이 형, (김)현철이도 근래 신작을 냈잖아요. 음악다운 음악을 소비할 수 있는 대중이 이제 다시 우리에게 기회를 주리라는 느낌이 와요.”

그는 “이제 시동을 건 셈”이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신곡을 낼 거예요.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한국형 ‘어덜트 컨템퍼러리 뮤직’이 하나의 신(scene)을 형성하고 작지만 단단한 가게로서 가요계에 다시 당당히 입점했으면 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작곡가 손무현#기타리스트#team sohn#신작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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