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서울-부산 시장 후보 내지 말아야”… 김부겸 “공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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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년 4월 재보선 공천 논란

‘차기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낼 것인지를 두고 여당 내부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를 지키느냐 여부다. 그러나 이면에는 유력 당권·대선 주자들의 이해득실과 2022년 대선까지를 염두에 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며 “공당이 문서(당헌)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했다. 여권 차기 대선 주자 중에서 공천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이 지사가 처음이다. 성추문 등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물러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민주당 소속이었다.

반면 당 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낸 김부겸 전 의원은 정반대로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7일 “대한민국의 수도와 제2 도시에서 치러질 내년 보궐선거는 향후 치러질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바꾸는 것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있다면 질타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반된 태도는 두 사람의 정치적 철학보다는 처지와 얽혀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은 이 지사는 공천 문제의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원칙을 앞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김 전 의원은 재·보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워 당 대표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당권 레이스에서는 김 전 의원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는 이 지사와 경쟁해야 하는 이낙연 의원은 이날 “집권 여당으로 어떤 길이 책임 있는 자세인가를 당 안팎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서울·부산시장 후보의 공천 여부는 8·29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가 결정하게 된다.

의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통합당은 무상급식 문제로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귀책사유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후보를 안 냈느냐”며 “이 문제에 왈가왈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 지사를 겨냥했다. 반면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찬반 양쪽 다 일리는 있지만, 후보를 낸다고 해도 두 곳 다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부산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고전했던 지역이고, 서울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당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고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고도 모두 패한다면 2022년 3월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서울·부산시장은 후보를 내지 말고 차기 대선의 승리를 노리자”는 의견이 “서울, 부산을 야당에 내주고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의견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는 차기 지도부가 가장 먼저 맞닥뜨릴 골치 아픈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더불어민주당#4월 재보선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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