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벌타 먹고도… 그린 정복한 ‘26세 람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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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람, PGA 메모리얼토너 제패
16번홀 10m 러프샷 때 공 움직여… 뒤늦게 버디가 보기로 변했지만
2위와 3타 차 여유있게 통산 4승, 상금 20억원 챙기고 세계 1위까지
5개월만에 복귀 우즈 공동40위 그쳐

람이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욘 람은 세베 바예스테로스에 이어 스페인 출신으로는 31년 만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더블린=AP 뉴시스
람이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욘 람은 세베 바예스테로스에 이어 스페인 출신으로는 31년 만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더블린=AP 뉴시스
깊은 러프에 묻혀 있던 흰색 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홀까지 약 10m 남은 거리에서 걷어 올린 샷. 16번홀(파3) 그린에 떨어진 공은 미끄러지듯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던 욘 람(26·스페인)은 ‘칩 인 버디’에 성공하자 다섯 차례나 주먹을 휘두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3타 차로 람을 바짝 추격하며 퍼트 준비를 하던 라이언 파머(44·미국)는 허탈한 미소와 함께 람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갖다 댔다.

욘 람이 16번홀에서 샷을 준비하던 중 공을 건드리는 모습. 그는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으나 뒤늦게 2벌타를 받았다. 사진 출처 골프닷컴 홈페이지
욘 람이 16번홀에서 샷을 준비하던 중 공을 건드리는 모습. 그는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으나 뒤늦게 2벌타를 받았다. 사진 출처 골프닷컴 홈페이지
하지만 ‘올해의 샷’에 선정될 만한 명장면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6번홀 칩샷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이 미세하게 움직였던 게 TV 중계화면을 통해 뒤늦게 지적됐기 때문. 2벌타가 부과돼 이 홀 스코어는 버디가 아니라 보기가 됐다.

그래도 우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큰 덩치 덕에 람보로 불렸던 람은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치고도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2위 파머를 3타 차로 제쳤다.

세계 랭킹 2위였던 람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9.0957점을 기록하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람은 “이렇게 빨리 세계 1위에 올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매우 특별한 감정이고 당분간 이를 즐길 것 같다”고 말했다.

람은 타이거 우즈(45), 조던 스피스(27·이상 미국)에 이어 프로 데뷔 후 역대 세 번째(4년 27일)로 최단기간 세계 1위가 됐다. 올해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준우승, 2월 ‘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하며 세계 2위까지 올라온 람은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를 제치고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스페인 선수로는 1989년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31년 만에 나온 2번째 세계 1위다. 람은 “바예스테로스와 함께 스페인 골프 역사에 이름을 올리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PGA투어 통산 4승을 올리며 우승 상금으로 167만4000달러(약 20억 원)를 받았다. 또한 PGA투어 첫 승을 올린 2017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을 시작으로 2018년 ‘커리어빌더 챌린지’, 2019년 ‘취리히 클래식’ 등 4년 연속 PGA투어 우승 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와 우승의 기쁨을 나눈 람은 이날 자신의 가족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엄마와 할머니 등 남은 가족들을 위해 우승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약 5개월 만에 PGA투어에 복귀한 타이거 우즈는 공동 40위(6오버파 294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욘 람#pga 메모리얼토너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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