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횡설수설/구자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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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백신은 총 28종이다. 모두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약화시킨 뒤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전정보를 이용해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만으로 백신(mRNA)을 만든다. 코로나19의 치사율과 전파력이 높고 변칙적 특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가 백신 후보 물질 ‘mRNA-1273’에 대한 1단계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이 항체가 생겼다고 의학저널에 발표했다. 앞서 5월 45명 중 8명을 우선 검사한 결과 모두 ‘중화항체’가 생겼다고 밝힌 뒤 후속 발표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가는 것을 직접 막아준다. 모더나는 연구가 순조로우면 내년 한 해 최대 10억 회 투약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미 고위 관리는 “4∼6주 내에 백신 후보 물질 제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개발 기대를 높이는 소식들이다.

▷하지만 신약이나 백신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고 투약되면 예기치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상 백신 개발에는 동물실험과 3단계 임상시험, 그리고 판매 후 임상시험까지 5∼10년이 걸린다. 특히 수만 명에게 백신을 주입해 결과를 기다리는 3상 시험은 최대 난관이다. 모더나 1상 시험 발표만으로 너무 섣부른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맞고 인공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실험에 자원자가 늘고 있다. 미국 시민단체 ‘하루라도 빨리’가 모집하는 ‘인체 유발 반응 시험(HCT)’ 지원자가 15일 현재 140개국 3만1200여 명에 달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백신 개발 전사’들이다. 기존의 3상 시험은 백신 주입 후 자연감염을 통해 항체 생성을 검증해야 해 오랜 기간이 걸렸는데 이들 자원자의 헌신으로 3상 시험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벌이는 등 각국이 인허가 과정 패스트트랙을 가동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1300만 명 이상이 확진된 코로나19가 기온이 내려가면 다시 대확산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류는 백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백신은 개발돼도 생산량이 제한돼 물량 확보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국제백신연구소(IVI)와 민간업체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백신 자급’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백신 개발이 코로나 방역 전쟁의 최후 결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코로나19#코로나 백신#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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