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 아닌 감동 전하는 연주자 되고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씨
美 맨해튼 음악대학원 장학생 입학
선천적 망막 이상 딛고 실내악 전공
중고교때 한빛예술단 악장 맡아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한빛예술단’ 악장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씨(26·사진)가 미국 맨해튼 음대 대학원 장학생으로 9월에 입학한다.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초중고교과정을 마친 김 씨는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에서 중3 때부터 고교과정 졸업 때까지 악장을 지냈다. 한빛예술단 오케스트라는 한빛맹학교가 이 학교 학생과 외부 중증 시각장애인을 오디션으로 선발해 운영하는 관현악단이다. 국내와 독일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연주를 펼치며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려왔다.

“오래 꿈꿔온 일이 이뤄진 거죠. 맨해튼 음대로서도 대학원 기악 전공으로 시각장애인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예상 못 한 일은 아니었지만 떨리고 기쁩니다.”

지난해 8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재과정 예술사과정을 졸업한 김 씨는 태어날 때부터 망막 이상 때문에 눈으로 세상을 체험하지 못했다. 음악은 늘 가까운 친구였다. 어린 시절 피아노학원 교사가 “손이 작아 바이올린에 유리할 것 같다”고 권한 말이 그를 바이올리니스트로 만들었다. 국내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목표도 커갔다. 한빛예술단에서의 무대 경험은 그의 음악적 성숙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한예종서 실내악을 할 때는 ‘시각장애인이 실내악을?’ 하는 염려의 시선도 있었어요. 비시각장애인은 상대방의 몸짓을 읽으며 연주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한빛예술단에서 수많은 합주를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그 자신감이 실제 인정받았을 때 매우 기뻤어요.” 그는 한예종에서 김현미 교수를 사사했고 전 과정을 장학생으로 다녔다.

김 씨는 낭만주의 레퍼토리, 특히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사랑하고 즐겨 연주한다. 열정적이고 듬직한 면이 좋다고 했다. 올해 영상 심사로 치른 워싱턴 영 솔로이스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9월 케네디센터에서 리사이틀도 열게 돼 겹경사를 맞았다. 온갖 기교를 펼쳐내기로 유명한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그는 “기교만으로 빛나는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며 선한 영향을 끼치는 연주가가 목표”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맨해튼 음대 대학원 장학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