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업생태계 47조 가치… 세계 20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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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개 도시 조사서 첫 ‘톱 20’
“유니콘 배출-R&D 역량 돋보여”… 게임-생명과학 산업 강점
자금조달-기술인력 매칭은 미흡… 美실리콘밸리 1위, 베이징 4위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 ‘스타트업 지놈’이 해마다 진행하는 도시별 창업생태계 조사에서 서울시가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서울시의 창업생태계 가치는 390억 달러(약 47조 원)로 추정됐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스타트업 지놈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 2020(GSER 2020)’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스타트업 지놈은 매년 100여 개 나라 270개 도시(실리콘밸리 등 지역 포함)를 대상으로 창업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와 정책, 투자 여건 등을 조사해 연간 보고서를 발표한다.

서울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첫해 30위에도 끼지 못했지만 지난해 차세대 유망 생태계를 의미하는 ‘넥스트 30’에 꼽혔다. 올해는 ‘톱 30’을 넘어 처음으로 ‘톱 20’에 진입했다. 1위는 미국 실리콘밸리, 2위는 뉴욕과 런던이 각각 차지했다. 아시아 도시로는 중국 베이징(4위), 상하이(8위), 일본 도쿄(15위), 싱가포르(17위) 다음이다.

보고서는 서울시의 순위 상승 원인으로 고성장 스타트업의 등장과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R&D) 역량 등을 꼽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10곳 중 9곳이 서울에 있다.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인 예비 유니콘 27곳 중 20곳도 소재지가 서울이다. 전 세계 유니콘 배출 상황을 보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은 2015년 전체의 74%를 차지했으나 2019년 46%로 줄었다. 이 자리를 서울, 도쿄, 싱가포르 등이 채우고 있다.

R&D 투자의 경우 한국은 조사 대상인 38개 국가 중 5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4.3%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보고서는 특히 서울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서울시는 최근 1750억 원을 투입해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부터 R&D, 판로 개척까지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소비 패턴이나 교통수단 선택, 기후 등 서울시가 수집한 각종 빅데이터를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이나 개인들의 사업화 및 연구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인동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스타트업 지놈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는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혁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지식 축적 항목에서 서울이 만점을 받았다. 특허출원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생태계의 활동성과 관련해서는 투자회수(Exit) 기업이 많고 성공한 스타트업 비율이 높은 점이 우수한 평가의 요인이 됐다. 2년 이상 스타트업 경력을 가졌거나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인력이 많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 데 기여했다.

반면 사업 초기 단계 투자 규모와 성장률과 같은 자금조달 부문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인력들의 매칭 측면 역시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서울의 창업생태계 가치를 39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실리콘밸리(6770억 달러)의 5.8%지만 조사 대상 도시 평균(105억 달러, 약 12조6000억 원)의 약 3.7배다. 세부 산업 중에서는 게임과 생명과학 산업이 강점을 지닌 것으로 꼽혔다.

서울시는 GSER 2020을 기반으로 서울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분석하고 창업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코로나19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스타트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승부처로 유망 스타트업 성장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서울시#스타트업 지놈#창업생태계#유니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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