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무를 보면 인간의 삶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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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세계/조너선 드로리 지음·루실 클레르 그림·조은영 옮김/244쪽·2만 원·시공사

호주와 피지 중간쯤에 있는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섬에서 자라는 세브블루의 속껍질에서 배어나오는 유액은 터키색의 반짝이는 푸른빛을 띤다. ⓒ Lucille Clerc
호주와 피지 중간쯤에 있는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섬에서 자라는 세브블루의 속껍질에서 배어나오는 유액은 터키색의 반짝이는 푸른빛을 띤다. ⓒ Lucille Clerc
#1. 가벼운 나무치고 보기 드물게 빳빳해 다른 나무보다 일관되고 집중된 소리를 낼 수 있어 바이올린으로 만들었을 때 낭랑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낸다.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니에리는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자라는 이 나무만을 음향목(音響木)으로 썼다. 무슨 나무일까?

#2. 대서양을 횡단하는 노예선에서 노예상인들은 노예들이 마실 물에 이 열매의 가루를 섞어 썩은 물을 마시게 했다. 식욕과 갈증을 달래 준다고 알려졌던 이 열매는 어떤 나무에서 나는 것일까?(※정답은 기사 마지막에.)

어느 겨울 아침, 벼락을 맞아 줄기와 가지가 부러져 죽은, 집 근처 레바논시더 나무를 발견하고 눈물 흘리던 아버지를 본 까닭에 어렸을 때부터 식물의 아름다움을 접한 저자는 “나무를 보기만 해도 그냥 알 수 있었다”고 자신한다.

원제가 ‘Around The World in 80 Trees(나무 80종과의 세계 일주)’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국인 저자가 런던에서부터 동쪽으로 향하며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남·북·중앙아메리카 51개국의 나무 80종이 인간 생활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나무와 사람과 경관 사이에 어떻게 그 나름의 고유한 관계가 형성됐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루실 클레르는 모든 나무와 꽃, 열매 등을 매력적으로 그렸다.

유럽오리나무는 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정말 ‘떠받치고’ 있다. 이 나무 목재가 물속에 잠겨 있어도 멀쩡하다는 것을 12세기 주민들이 알게 된 것. 세포벽에 들어 있는 특별한 화학물질이 부패의 원인이 되는 세균의 번식을 막아 수백 년이 지나도 물속에서 본래의 압축 강도를 유지한다.

‘굽은 나무가 선산(고향)을 지킨다’는 속담대로 비틀어지고 거대한 케이폭나무와 반얀(바니안)나무는 경외의 대상이면서 마을 주민들의 회합 장소다. 반얀나무의 반얀(banyan)은 상인을 뜻하는 ‘banian’에서 왔는데 이 거대한 나무 아래가 북적거리는 장터도 됐음을 엿볼 수 있다.

17세기에 처음으로 병에 코르크참나무 껍질로 만든 코르크 마개를 사용한 사람은 돔 페리뇽(돔 페리뇽 샴페인의) 수사였고, 소말리아의 유향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나는 가장 가치 있는 물자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유향을 ‘땅에 떨어진 신들의 땀’이라고 불렀다.

나무 80종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지식과 언뜻 비치는 경구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 보면 저자의 권유대로 ‘가까운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서 나만의 나무여행’을 시작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시아에서는 9종의 나무가 소개되는데 아쉽게도 한국 나무는 없다.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아무튼, 식물’ 같은 책을 쓴 임이랑 작가에게 하나 꼽아 달라고 했더니 한라산 등 고산지대에서 나는 구상나무를 알려줬다. ‘한국에서만 사는 소나뭇과의 나무. 키는 20m까지 자라며 단단하고 우아한 외형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심벌 나무로 지정됐다. 슬프게도 지구온난화로 고산지대 구상나무들이 죽고 있다.’ (정답 #1=독일가문비나무, #2=콜라나무)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나무의 세계#조너선 드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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