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민노총 최저임금 요구, 국민 눈높이 안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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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5% 인상 발표에 제동… “이런일 다시는 재발해선 안돼”
양대 노총 최저임금 놓고 엇박자… 노사정 대화 다시 삐걱거릴 우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요구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4%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노총의 최저임금 요구안 기습 발표에 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유감을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하루 전 “임금과 고용을 맞바꾸는 건 과거 방식”이라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과거의 방식이면서도 사회적 대화의 전형적인 방식이다”고 반박했다. 경영계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원팀’으로 호흡을 맞춰야 할 민노총이 국민 여론과 거리가 있는 무리한 요구로 노동계 전체의 입지를 줄인 걸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민노총이 요구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770원. 올해 8590원보다 2180원 많은 것이다. 한국노총은 아직 공식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의 경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민노총 요구안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올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률을 기준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자체 조사한 올해 임금인상률은 업종별로 3.9∼6.6%. 올해 최저임금 8590원에서 6.6% 인상을 적용하면 약 9157원이 된다.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대기업의 임금을 동결하더라도 취약계층이 영향을 받는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민노총과 협의해 노동계 공동 요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양 노총의 견해 차가 커 25일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단일안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지난해 19.8% 인상된 1만 원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다. 단일안 합의에 앞서 최저임금을 업종과 산업규모별로 차등화할지, 단일 금액으로 할지도 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에서는 이견을 보였지만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는 양 노총의 목소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재정 지원 확대에 소극적인 정부와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경영계를 향해 “협상 의지가 없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달 말까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더 이상의 대화에 불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기존 대책만 반복하며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사용자단체는 재벌들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사정 부대표들은 26일까지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1차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목표다. 30일 대표자급 회의에선 결과를 내놓겠다는 것.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사 간 의견 충돌이 있는 7가지 중 3가지 의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고용 보장 요구와 경영계의 임금 동결 내지는 삭감 요구가 어느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다.

박성민 min@donga.com·송혜미 기자
#한국노총#민노총#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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