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경품 걸고 종신집권 투표 독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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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찾게 되면 국정공백 올것”
3연임 금지 폐지 개헌안 내주 투표… 아파트-車-스마트폰이 경품
공무원에 투표증거 제시 요구도

2차대전 참전용사 만난 푸틴 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2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맞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무명용사 묘 헌화식에서 한 참전용사와 악수하고 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연장을 
실현할 개헌안 통과를 전제로 대선 출마 뜻을 밝혔다. 모스크바=AP 뉴시스
2차대전 참전용사 만난 푸틴 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2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맞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무명용사 묘 헌화식에서 한 참전용사와 악수하고 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연장을 실현할 개헌안 통과를 전제로 대선 출마 뜻을 밝혔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아파트, 자동차, 스마트폰….’

시베리아 남서부 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는 러시아 개헌안 국민투표 참가 경품으로 ‘아파트’를 내걸었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투표 시 현금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정부가 각종 경품을 내걸며 이달 25일부터 시작되는 개헌안 국민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지지율이 하락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8)의 종신집권을 위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영 ‘로시야1’TV 인터뷰에서 “7월 1일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종신집권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재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헌법이 개정되면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 “헌법 개정이 없으면 2년 후쯤 여러 권력기관에서 본연의 업무를 하는 대신 내 후계자를 찾으려고 눈을 돌릴 것”이라며 “지금은 일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러시아 헌법은 3연임을 금지하고 있어 현 임기는 2024년 끝난다. 개헌이 이뤄져 3연임 금지 조항이 사라지면 푸틴은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있고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84세인 2036년까지 집권하게 돼 사실상 종신집권이다.

당초 올해 4월 22일 개헌안 찬반 국민투표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7월 1일로 연기됐다. 러시아 정부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몰리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달 25일부터 사전투표를 실시한다. 푸틴 정권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에 대한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 교사, 공기업 직원들은 유권자 등록을 완료했다는 증거를 제출하라는 지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 ‘러시아 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루셴코와 자녀까지 국민투표 홍보에 활용되고 있다.

푸틴 정권의 행보가 역설적으로 높은 불안감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푸틴의 20년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저유가 등으로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6.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인사인 아나스타샤 바실리예바 의사노조 대표는 “코로나 창궐 위험이 여전하다”며 “푸틴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국민 생명보다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사전투표 전날인 24일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퍼레이드까지 열려 상당한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푸틴#국민 투표#집권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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