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자리에 서훈? 국정원장 비울순 없고… 고민 깊어지는 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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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위기]커지는 외교-안보라인 교체 요구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 인사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핵심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거취다. 정 실장이 물러날 경우 그 후임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가장 유력하지만 청와대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국가안보실 재정비 등 외교·안보라인 쇄신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18일 외교·안보라인 교체론과 관련해 “분위기 쇄신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향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정부가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안일함”이라고 지적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여당의 이런 반응은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정 실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참모는 “정 실장 본인도 언제든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일단 지금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고조로 치닫는 갈등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춰 놓은 뒤 안보실장을 교체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여당에서는 이미 후임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에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19일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물러난다면 후임 안보실장으로는 서 원장이 1순위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나란히 임기를 시작한 두 사람은 2018년 3월 대북 특별사절단(특사)으로 평양을 다녀왔고, 문 대통령은 이번 갈등 국면에서 두 사람을 재차 특사로 점찍었다. 두 사람은 서울고,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업무적으로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가깝다. 지난해 말 정 실장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서 원장은 저녁 일정을 쪼개 이틀 연속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북한이 특사 제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 “향후 정 실장이나 서 원장이 앞장서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물밑에서 남북 화해 국면을 이끌고 미국과도 원만하게 소통해 온 서 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은 2012년 문 대통령의 첫 대선 출마 때부터 함께한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측근이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서 원장이 문 대통령 취임 후 3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지만, 앞으로 남은 2년의 남북 관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어 문 대통령이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날 열렸던 남북 관계 원로들과의 오찬에서도 “외교·안보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인사와 관련된 부분은 최종 결정되면 그때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를 놓고 고심하는 건 안보실장과 달리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야 할 상임위는 출범조차 하지 못했다. 서 원장이 안보실장으로 옮기고, 이후 문 대통령이 새 국정원장을 지명한다 해도 취임까지 상당한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심각한 국면에서 인보실장도 중요하지만 국정원장을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정 실장, 서 원장과 함께 2017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거취 역시 관심사다. 외교부 내에서는 “강 장관이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외교·안보라인 개편 폭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외교#안보라인 인사#강경화 장관#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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