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2학기 등록금 감면… 사실상 첫 환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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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학습권 침해 일부 보전”… 감면 금액 놓고 학생회측과 이견
다른 대학들 “환불 쉽지 않아”

“등록금 반환하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대학들의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진행돼온 만큼 대학 측이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뉴스1
“등록금 반환하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대학들의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진행돼온 만큼 대학 측이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뉴스1
건국대가 올 2학기 등록금 중 일정액을 감면해 주는 방식으로 재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 4월 총학생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의 질이 낮아졌다’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같은 이유로 다른 대학 학생들도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어 건국대의 결정이 타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2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은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15일 건국대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총학생회 측과 논의 끝에 서울캠퍼스 1학기 등록 재학생 약 1만5000명의 2학기 등록금 중 일정액을 감면해 주기로 합의했다. 등록금 일부를 사실상 환불해 주는 것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같은 결정을 한 대학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대학본부는 4월부터 등록금 환불을 요구한 학생 대표들과 9차례 만나 논의한 끝에 2학기 등록금 일부 감면을 결정했다. 대학 측은 이미 받은 1학기 등록금을 현금으로 돌려주기는 어렵다고 보고 2학기 등록금 일부 감면을 택했다.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침해된 학생들의 학습권을 일부라도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학기 등록금을 얼마나 감면할지에 대해서는 총학생회 측과 논의해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건국대 측이 총학생회에 제시한 등록금 감면 총액은 36억∼38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올 1학기 온라인 시험을 치르게 되면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결과 집행하지 못한 성적우수장학금 18억 원과 국제 교류, 현장실습 예산, 학생활동비 등 18억∼20억 원이 포함됐다. 등록금 감면 총액을 38억 원으로 잡고 1만5000명에게 고르게 혜택을 줄 경우 학생 1명당 약 25만3000원을 돌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회 측은 ‘장학금은 원래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며 감면 총액을 더 높여줄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는 “집행 예정인 약 38억 원 외에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무리”라고 말해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국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학생 2000명에게 7월 중순까지 1인당 50만 원씩의 ‘코로나19 극복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장학금 재원은 4, 5월 교직원과 동문 등 600여 명으로부터 모은 기부금 10억 원이다. 동국대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가장의 자녀나 폐업한 자영업자 자녀 위주로 장학금 수여 대상을 정할 방침이다.

건국대의 등록금 일부 감면 조치 결정이 알려지자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다른 대학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양대 학생 윤모 씨(26)는 “건국대 사례를 보니 ‘등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학교의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연세대, 중앙대 등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우리도 시위라도 해서 등록금을 감면받자” “우리 학교는 왜 말이 없느냐” 등의 글이 수십 개씩 올라왔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이나 감면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직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인 유학생 등록 수가 크게 줄었고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시설 방역 등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쓰여 학생들의 등록금을 감면해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건국대#2학기 등록금 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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