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한궈위 가오슝 시장, 대만 정치사상 첫 탄핵 불명예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입력 2020-06-07 17:18수정 2020-06-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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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대만 지방선거에서 열풍을 일으키면 당선됐던 친중 성향 한궈위(韓國瑜·62) 가오슝(高雄) 시장이 6일 주민 소환투표를 통해 시장직을 잃었다. 반중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20년 텃밭인 제2도시 가오슝시에서 당선된 뒤 올해 1월 대선에까지 도전했던 그는 대만 정치사(史)상 처음으로 탄핵된 시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1년 반 만에 시장직을 잃게 됐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주민 소환투표에 96만9259명(투표율 42.14%)에 참가해 유효 투표 96만4141명 가운데 97.4%에 달하는 93만9090명이 그의 탄핵에 찬성했다. 반대는 2만5051명(2.6%)에 그쳤다. 대만 주민 소환투표법에 따르면 가오슝시 유권자 229만 명의 25%인 57만4996명 이상이 찬성하면 파면된다. 1주일 뒤 가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결과를 확정 공고한 뒤 6개월 이내에 보궐 선거를 치른다.

파면 찬성 수가 그가 시장 선거에서 얻은 89만 표보다 많았던 것을 놓고 대만 전문가들은 “지방 선거 지지 표보다 많은 수로 파면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1월 대선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압승했던 원동력인 2030 젊은층이 외지에서 돌아와 대거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밍(明)보는 투표 전날인 5일 저녁 투표를 하기 위해 고속철 등을 타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가오슝시는 민진당의 근거지로 대만 독립 찬성률이 높다. 지난해 홍콩의 반중 시위 이후 올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으로 극에 달한 대만의 반중 정서가 한 시장 파면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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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 국민당 입법위원회(국회) 위원을 지냈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한 시장은 2018년 지방 선거에서 이념 대신 경제를 내세워 “가오슝을 다시 번영시키겠다”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성을 따서 ‘한류(韓流)’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의 인기를 업고 국민당은 지방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 시장은 재선에 도전하는 차이 총통보다 지지율이 최대 두 배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의 반중 시위가 격화되고 이에 따라 반중 정서가 강해지면서 친중 후보로 인식된 한 시장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시장 탄핵에 대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과 외교적 압박 등 중국에 대한 대만 유권자들의 분노가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친중파가 또 졌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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