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태]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위한 법률 제정, 선택 아닌 필수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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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사)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

고도의 경제성장은 지난날의 추억이 되고 신흥 경제 성장국들의 무서운 기세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던 수출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현상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점차 감소하여 기업들은 생산인력 확보와 내수 소비시장 위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규모, 재원, 인적자원 측면에서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상황은 흡사 요즘의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1990년대 일본 버블경제 붕괴 후 경제 침체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그랬던 일본이 장기적인 경제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는 평가가 들려온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서 국적을 초월한 인력 채용이 빈번하고 이 가운데 심심치 않게 우리나라 청년구직자들의 일본 기업 취업 성공스토리가 자주 들리기도 한다.

최근 미국의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과 미국-중국의 세계 경제주권을 두고 벌이는 대결로 인해 요즘은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고 여기에 중국의 노골적인 한국기업에 대한 경계와 견제로 인해 경쟁력이 미약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힘겨워진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비중과 역할이 남다른 일본이 1990년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63년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제정한 ‘중소기업기본법’을 1999년에 대대적으로 개정하였고 후속조치로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경영혁신 지원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2005년 중소기업 관련 법률 정비 목적으로 ‘중소기업 신사업활동 촉진법’으로 통합 제정되었지만 ‘창업지원’, ‘신사업창출’과 함께 ‘경영혁신’을 3대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세운 경영혁신계획을 ‘경영의 상당 정도의 향상’이라는 기준에 입각하여 정부의 평가를 거친 후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는 3∼5년 기간을 설정하고 일정 비율의 부가 가치액 또는 1인당 부가 가치액 증가율, 경상이익률의 증가 등 정량적인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기업만을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경영혁신을 사업자가 신상품의 개발·생산, 새로운 직무의 개발·제공, 생산과 판매방식 도입 등 기술과 제품혁신을 넘어서 마케팅, 판로개척, 조직혁신 등의 혁신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경영성과를 도출해내는 전사적 차원의 혁신이라는 보다 포괄적이고 광의적인 범주에서 정의하였다. 이후 이 법률은 2012년 ‘중소기업 등 경영력 강화 지원법’으로 개편되었는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소기업금융원활화법’의 내용과 해외지사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강화되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내외부의 역량 강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일본 정부와 의회가 제품 개발, 기술혁신을 넘어서 중소기업의 경영혁신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제조기반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기술혁신 지원에서 한 단계 발전하여 경영혁신의 개념을 정의하고 법제화하여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혁신을 장려하여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체적으로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 검토와 인정을 받은 중소기업만이 지원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노력하는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기술, 제품혁신을 위한 정책지원에 집중해왔고 이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판로개척, 마케팅, 디자인, 조직혁신을 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어려운 예전과 다른 강도의 경쟁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즉 중소기업 스스로가 혁신역량을 갖추고 자생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정부의 확인을 받은 기업이 1만6000여 개에 달한다.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인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성장단계 및 경영과제에 따른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혁신의지를 갖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 지원하여 이들이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형 중소기업 주도의 경제구조를 구축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지속적 성장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영혁신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법률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영혁신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상황이기 되었기 때문이다.

김정태 (사)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
#중소벤처기업#중소기업#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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