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블록 정비하고 보도턱 없애… 장애인 “이제 안심하고 다녀요”

홍정수기자 입력 2017-12-22 03:00수정 2017-1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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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올해 1840곳 보도환경 개선
“휠체어 타고 건널 수 있어요” 20일 휠체어를 탄 서울시 공무원 김은숙 씨가 마포구 서강로에서 보도 턱을 완전히 낮추고 볼라드 위치를 바꾼 구간의 시공이 잘 마무리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보행약자를 위해 보도환경을 정비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든 홍서준 씨(38),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낀 손지민 씨(34), 전동휠체어를 탄 김은숙 씨(50)가 20일 서울 마포구 서강로 한 보도(步道)를 걸었다. 전맹(全盲)인 홍 씨와 약시(弱視)인 손 씨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연구원, 김 씨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공무원이다. 이들이 모인 것은 서울시의 보도 장애물 정비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장애인이나 목발을 짚는 사람, 노약자, 유모차 이용자 같은 이른바 보행약자(弱者)를 위해 보도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폈다.

보도 턱을 완전히 없앤 점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걷는 데 불편함이 없는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보도와 찻길 사이의 차가 크면 발이 걸리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 있다. 또 보도의 턱을 낮춘 부분의 폭이 1m 안팎으로 좁거나, 낮추지 않은 부분과의 경사가 심하면 휠체어 바퀴로 넘어가기 힘들다. 김 씨는 “휠체어를 타면 1cm의 단차(段差)도 높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정비했다. 점으로 된 블록은 장애물이나 위험지역을 알려주고 선으로 된 블록은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하지만 기준을 지키지 않고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거나 수량을 잘못 설치한 경우가 많다. 이날 점검한 보도도 기존에는 보도 폭 절반가량만 점형 블록을 설치했고 진행 방향 안내도 한쪽 구석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번 개선을 통해 점형 블록을 보도 전체로 늘리고 선형 블록은 길 가운데로 길게 뻗도록 설치했다. 홍 씨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블록은 나침반 같은 존재”라며 반겼다.


지방자치단체나 건물주가 차량이 인도로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 세워놓은 볼라드(bollard·길 말뚝)도 재배치했다. 길 한가운데나 점자블록과 너무 가까운 곳에 설치하면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하다. 손 씨는 “무심코 걷다가 정강이를 찧거나 부딪혀 넘어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간격이 너무 좁아 휠체어나 유모차가 지나다니기 불편한 곳은 간격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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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서울시는 22개 자치구 1840여 곳을 이 같은 방식으로 정비했다. 휴대전화 통신사 빅데이터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지역별 통화빈도와 현장조사 내용을 분석, 종합해 시급한 곳부터 바꿨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5년간 185억 원을 들여 시가 관리하는 보도 427km 가운데 점자블록이 미흡한 구간 193km의 1만968곳과 보도 턱이 높은 구간 4.7km의 929곳을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보행자들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은 선형 블록이 필요하지만 비장애인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장상규 시 보도정책팀장은 “궁극적 목표는 보행장애물 자체를 최대한 줄여 ‘무(無)장애 보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자치구가 앞다퉈 설치하는 횡단보도 앞 그늘막 등도 장애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장애인#도로#서울시#보도환경#점자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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