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억장 무너져… 용서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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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골 은폐 파문]“미수습자 가족들 옆에 있었는데 유골 찾고도 알려주지 않고 은폐”… “유족-시민단체 법적대응 검토”

“억장이 무너집니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부인 유백형 씨(56)의 목소리에선 답답함을 넘어 원통함이 배어 나왔다. 유 씨는 23일 “유골이 없어 장례식에서 유품을 태웠는데 어떻게 유골 수습을 감출 수 있느냐. 너무 충격적이고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그는 “유골 수습 당시 미수습자 가족은 목포신항에 있었다. 세월호 선체 바로 옆에 가족들이 있었는데 알리지 않고 은폐한 것”이라며 어이없어했다. 유 씨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미수습자 가족이 (장례 진행 여부를) 선택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갈 정도다. 이건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권재근 씨의 형 권오복 씨(63)는 이날 오후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사과의 뜻을 전하는 김 장관에게 권 씨는 “장례식 전에 알렸어야 했다. 분노를 참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씨는 “4·16연대(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모임)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경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 법은 24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해수부가 유골 발견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건 국민에게 진실을 숨기는 걸 이 나라가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밤새워 농성을 이어갔다. 국회 내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금지 구역이다. 하지만 경찰은 “유족들의 감정 등을 고려해 해산 조치 없이 농성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 / 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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