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단일팀’ 남북 합의해도 첩첩산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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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女아이스하키 출전권 못따내… 국제연맹 승인-출전국 동의 필요
구성돼도 전력약화 등 문제점… 분산개최도 시간 촉박해 회의적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분산 개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단일팀 구성과 올림픽 개막식 동시 입장 제안에 앞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추진과 올림픽 기간 동안의 북한 마식령 스키장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만 북한은 출전권이 없다. 출전권이 없는 북한 선수들을 포함시켜 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승인과 출전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2014년 세라 머리 감독(29·캐나다) 부임 이후 올림픽 본선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온 일부 한국 선수의 출전이 좌절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지금까지 평창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준비를 해왔는데 북한 선수의 합류로 인해 짐을 싼다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23명의 엔트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IIHF가 출전국들 간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승인에 난색을 표할 수 있다.

단일팀 구성이 팀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한때 세계 13위까지 올랐던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현재 25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4월 강릉에서 열린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맞대결에도 한국(세계 22위)이 북한을 3-0으로 꺾었다. 단일팀을 만들 경우 코칭스태프 구성과 훈련 장소 선정 문제 등으로 인해 팀 조직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무산될 경우 남북이 개막식에 동시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종목이 있어야 한다. 올림픽 출전을 기대할 만한 북한 선수는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렴대옥-김주식 조(세계 29위) 정도다. 3월 핀란드에서 열린 피겨세계선수권대회에서 15위에 그쳐 평창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이들은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출전권 획득에 재도전한다. 한국도 페어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이 네벨호른 트로피 대회에서 나란히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뒤 단일팀 구성이 결정되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출전권 1장의 반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란이 일고 있다. 관계자들은 “올림픽 경기를 치르려면 사전에 국제스키연맹(FIS)의 시설 공인을 받아야 하며 테스트 이벤트를 통한 실전 점검도 필수다. 마식령 스키장은 이런 절차가 전혀 없었고 올림픽 개막까지 시간도 촉박해 현실적으로 (분산 개최 장소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분산 개최는 늦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식령 스키장을 훈련장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실제 분산개최 효과보다는 남북이 협력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체제 선전을 위해 이용하던 대표적인 장소다. 분산 개최로 마식령 스키장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홍보하는 기회를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종석 기자
#평창 남북 단일팀#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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