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만난 팀 스완슨 R3CEV 마켓리서치 디렉터(사진)는 “블록체인 기술로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R3CEV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세계 70여 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IBK기업 등 국내 시중은행 5곳도 참여하고 있다. 스완슨 디렉터는 8일부터 이틀간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핀테크 콘퍼런스&엑스포’에 강연자로 나서기 위해 방한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이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고 공유하는 일종의 분산형 디지털 장부(帳簿)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가상공간에서 작동하는 암호화된 데이터 구조”로 요약해 설명했다.
디지털 화폐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지만 현금 보유 경향이 강해지면서 통화정책의 효과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거래가 끝난 뒤 이뤄지는 최종 정산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국내 금융사들도 최근 블록체인 연구개발을 위해 공동으로 자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스완슨 디렉터는 “R3CEV는 구성원들에게 이윤을 가져다주고 자본시장을 바꾸기 위해 구성된 상업적인 기술 컨소시엄이다. (한국 컨소시엄들과)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블록체인 개발 및 도입 과정에서 데이터 관리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완슨 디렉터는 “한국의 경우 금융 데이터는 몇몇 기관이나 인증받은 단체만 보유할 수 있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한국만의 고유한 법과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조화시켜나갈지가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참여자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특성상 누가 거래의 유효성을 결정하고, 어느 범위까지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