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지도자는 아랫사람에 묻고 듣는 걸 부끄러워 말아야

  • 동아일보

지도자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로 ‘듣는’ 능력을 꼽곤 한다. 실무는 일선 실무자와 중간 경영층의 영역이며, 최고 지도자는 전체를 종합하고 판단해 비전을 제시하고 내외부의 관계를 조정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와 경영의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귀를 열고 불편불의(不偏不倚)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맹자는 자신의 정책 조언을 듣지 않는 제나라의 선왕(?∼기원전 301)에게 이렇게 들이댄 적이 있다. “여기 다듬지 않은 옥의 원석이 있다고 치지요. 그 옥이 20만 냥이나 되는 귀한 것이라 하더라도 분명 옥공(玉工)에게 믿고 맡겨서 다듬도록 하실 겁니다. 그런데 국가를 다스리는 일만큼은 ‘우선 그대가 배운 것은 버리고 내 의견을 따르라’ 하시면, 이는 옥공에게 옥 다듬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맹자 양혜왕 하)

옥 다듬는 일처럼 차라리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라면 조언을 구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영의 문외한이 경영자가 되거나, 정치의 문외한이 정치 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한 경영’ ‘한 정치’ 하는 인물이 높은 위치에까지 오르기 마련이고, 그 지식과 경험이 최고 수준임에 틀림없다. 최고 지도자가 귀를 열기 어려운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거기서 한두 꺼풀 더 벗어야 한다. 먼저 ‘앎’에 대한 문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사람의 지식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니 나의 앎과 판단이 모두 옳다고 보장할 수 없다. 설사 내가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하더라도 세상을 보는 방식과 관점에 따라 앎과 판단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不恥下問) 능력이 못한 사람에게도 묻고,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물을 수 있는(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논어 태백편) 사람이 강하고 유능한 지도자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진정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지도자#듣는 능력#맹자#한 경영#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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