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기 지역 1300여곳 초중고교 문화예술교육 한 달 째 파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3일 20시 38분


코멘트
경기 성남시의 한 중학교 예체능 부장 임모 교사(48)는 최근 ‘펑크’난 수업을 메우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무용수업이 새 학기 들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용수업은 1주일 3시간의 체육시간 중 1시간인데 담당 강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결국 3학년 8개 반 학생들은 무용시간마다 남학생은 축구, 여학생은 피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 교사는 “미리 짜놨던 교육과정이 무용지물이 됐다. 수행평가도 무용을 하기로 했는데 이마저 바꿔야 할 판이라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를 비롯해 경기 지역 초중고교 1300여 곳의 문화예술교육이 한 달 째 파행을 겪고 있다. 강사 선발 및 계약을 맡고 있는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경기지원센터)가 올해 강사들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은 200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수업을 제공하겠다며 도입했다. 국악과 연극 영화 만화 무용 공예 디자인 사진 등 8개 과목이 대상이다. 정교사 중 관련 전공이 없을 경우 계약직 강사를 채용해 진행한다. 강사 선발 및 계약은 각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맡았다.

그러나 지난해 일부 강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휴일근무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지원센터 등 전국 16개 센터는 “우리는 문체부에서 내려준 근로계약서에 대신 서명할 뿐”이라며 “계약 주체를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 일원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는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새 학기를 맞아 현장의 파행이 이어지자 일단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조건부 합의를 거쳐 수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경기지원센터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센터 측은 사업 불가를 선언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기 지역에서는 학교 1293곳에서 예술강사 600여 명이 수업을 진행했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강사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중학교에서 4년째 무용강사로 일하는 최윤선 씨(43·여)는 “수업을 펑크 낼 순 없으니 일단 강의를 해달라”는 학교 측의 요청에 지난주부터 수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 다음 달 수강료를 제대로 받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 씨는 “학교 측에 사정을 물어보면 오히려 ‘어떻게 된 일이냐’며 되묻고 있다”며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우리는 사업비만 댈 뿐 사업 주체는 문체부”라며 선을 그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