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결수의 담배반입 ‘007 작전’… 檢-교도소 둘다 뚫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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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화장실 휴지통에 숨겨두라”… 30대男, 참고인 조사 애인에 지시
팬티속에 숨겨 교도소 몸수색도 통과, ‘몰래 흡연’ 감방 동료 신고로 들통

지난해 7월 20일 오전 10시경 광주 북구 광주교도소 접견실. 필로폰 투약으로 구속 수감된 미결수 이모 씨(34)가 면회를 온 애인 김모 씨를 만났다. 그는 김 씨에게 “오늘 오후 검찰청으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담배를 몰래 전달해 달라. 여의치 않을 경우 화장실 변기 밑 휴지통에 넣어둬라”고 부탁했다.

이 씨의 예상대로 같은 날 오후 2시 검찰청 6층 검사실에서 이 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김 씨는 참고인 자격으로 나란히 조사를 받았다. 이 씨에게 담배를 건너려 했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자 김 씨는 두 번째 계획을 실행키로 했다. 조사를 먼저 끝낸 김 씨는 화장실 변기 휴지통에 비닐로 싼 담배 20개비를 넣었다.

교도소에 복귀하기 위해 검사실을 나서던 이 씨가 “배탈이 났다”며 갑자기 배를 움켜잡았다. 거짓말에 속은 교도관들은 그를 화장실로 데려간 뒤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수갑과 포승줄을 풀어줬다. 이 씨는 용변을 보는 척하며 휴지통에서 담배 20개비를 챙겨 팬티 속에 감췄다. 팬티에 담배를 은닉한 채 교도소 검색도 통과했다. 하지만 이 씨는 교도소 감방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동료 수형자들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요즘 수형자들은 교도소 반입금지 물품인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형량이 늘기 때문에 설령 흡연 기회가 오더라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수형자들은 특히 동료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가석방 가산점수를 받을 수 있어 앞다퉈 신고를 하고 있다.

광주교도소는 이 씨와 김 씨의 접견실 대화 녹취록, 동료 수형자 진술 등 담배 반입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 이 씨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광주지검은 이 씨를 벌금 2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이 씨는 ‘벌금이 많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광주지법 형사1단독 이태웅 판사가 25일 열린 재판에서 “어떻게 이렇게 치밀한 담배 반입 범행을 계획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어릴 때부터 징역을 살아 반입 방법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일부 수형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담배뿐 아니라 흉기나 약품 등을 검찰청과 교도소에 반입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몸수색을 강도 높게 하면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검색장비를 확충하고 교도관들이 더 세심하게 수색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권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미결수#교도소#담배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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