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오면 우르르… 줄을 서시오, 줄을!

김민 기자 입력 2015-11-12 03:00수정 2015-11-1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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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6>실종된 대중교통 승하차 질서
273번 말고도 다른 노선버스가 한꺼번에 서울 종로1가 정류장에 들어섰다. 10일 오후 6시 반 퇴근 무렵이라 저마다 타야 할 버스를 놓칠까봐 여기저기서 뛰는 승객이 많았다. 273번을 타려던 한 여성은 결국 다른 버스를 타려고 뛰던 사람과 부딪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산산조각 난 액정에 울상을 지으면서도 금세 문을 닫으려는 듯한 버스에 서둘러 몸을 실어야 했다.

13개 노선의 버스가 정차하는 이곳에선 퇴근 시간마다 다른 버스를 타는 승객들을 피해 재빨리 움직여야만 귀가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다. 버스는 승객이 천천히 올라 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승객은 이리저리 뛰며 버스를 쫓아가느라 질서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모 씨(27)는 “일본에서 보니 승객이 자리 잡을 때까지 버스가 출발하지 않아 정류장에서 뛰는 사람이 없었는데 한국에선 문을 닫자마자 급출발하기 때문에 다들 불안하게 뛰어 다닌다”고 말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서울 노원구에서 광화문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김주연 씨(33·여)는 “환승할 때 내리기 전에 타려는 사람들과 부딪쳐서 가방 끈이 떨어질 뻔했다”며 “2, 3초 빨리 타려는 이기심이 복잡한 출근길을 더 짜증나게 만든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역을 비롯한 서울시내 몇몇 버스정류장 풍경은 다르다. 광역버스 여러 노선이 정차하지만 바닥에 번호가 적혀 있어 그 뒤로 줄을 서기 때문에 이리저리 뛰는 승객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정류장에 버스 대기선을 그려 줄서기 문화를 만든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비난하기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거대한 개혁을 자주 얘기하지만 정작 개인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이 같은 사소한 문제”라며 “개인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공공 디자인으로 질서와 여유를 가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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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버스#줄#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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