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할 필요 없어, 그냥 보고 듣고 즐기면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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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 “우린(N.W.A는) 음악만 바꾼 게 아니야. 전 세계 대중문화를 바꿨지. 아티스트가 자신을 바꾸지 않아도 되도록. 당신(아티스트)은 더이상 완전하게 깨끗할 필요가 없어졌어.”(아이스 큐브·최근 빌보드지 인터뷰 중) 힙합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10일 개봉)은 1988년 동명의 데뷔앨범으로 미국을 뒤집은 갱스터 랩 그룹 N.W.A(Niggaz Wit Attitudes)에 관한 전기영화다. 》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에서 N.W.A가 컴턴의 스케이트랜드 U.S.A.에서 ‘Dopeman’을 공연하는 장면. 왼쪽부터 이지-이(제이슨 미첼), 아이스 큐브(오셔 잭슨 주니어), 닥터 드레(코리 호킨스), MC 렌(올디스 호지), DJ 옐라(닐 브라운 주니어). UPI코리아 제공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에서 N.W.A가 컴턴의 스케이트랜드 U.S.A.에서 ‘Dopeman’을 공연하는 장면. 왼쪽부터 이지-이(제이슨 미첼), 아이스 큐브(오셔 잭슨 주니어), 닥터 드레(코리 호킨스), MC 렌(올디스 호지), DJ 옐라(닐 브라운 주니어). UPI코리아 제공
198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 주 컴턴(콤프턴). 클럽 DJ 닥터 드레와 DJ 옐라, 래퍼 아이스 큐브와 MC 렌은 마약과 범죄, 인종차별로 가득한 컴턴 거리의 이야기를 살벌한 언어에 담고 싶어 한다. 마약 딜러로 일해 목돈을 가진 이지-이(1963∼1995)를 찾아가 앨범 제작을 제안하고 N.W.A란 팀명으로 앨범을 낸다. 음반은 가사 탓에 제대로 방송을 못 타지만 입소문만으로 미국 전역을 들끓게 한다. 전미 순회공연 중 디트로이트 무대를 앞둔 N.W.A에게 현지 경찰은 이렇게 엄포한다. “오늘 밤 (인기 곡) ‘Fuck tha Police’를 부르면 무대 장비를 압수하고 멤버들을 체포하겠다!”

디트로이트에서 ‘Fuck tha Police’가 울리는 장면은 영화의 분화구다. ‘Gansta Gansta’ ‘Express Yourself’…. 명곡이 꿈틀대는 좁은 스튜디오와 뜨거운 클럽, 대형 공연장 안으로 관객을 몰아넣는 감각적 연출이 돋보인다. 백인 매니저 제리 헬러와 멤버들의 갈등, 방탕한 사생활, 멤버 간 불화와 폭력,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해체, 리더 이지-이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탄력 있는 랩처럼 흐른다.

출연진과 실제 인물의 똑 닮은 외모와 말투도 재밌다. 아이스 큐브 역을 맡은 큐브의 아들 오셔 잭슨 주니어, 이지-이 역을 코믹하게 소화한 제이슨 미첼의 연기가 뛰어나다. 스눕 독, 투팍(1971∼1996)이 불쑥 등장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N.W.A 전 멤버들인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가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음악계에서는 영화가 지나친 미화로 흐르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등장인물 간 폭력 장면과 로드니 킹 구타 장면을 교차하고, 멤버들의 무대 위 카리스마를 성적으로 문란하며 돈과 계약엔 무지한 모습과 대비한다.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은 “악명 높았던 갱스터 랩 그룹의 일화와 당대 힙합 신의 상황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만든 힙합 영화”라고 평했다.

옥에 티는 있다. N.W.A를 ‘까칠한 흑형’, ‘Fuck tha Police’를 ‘조까라 경찰’로 바꾼 번역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평. 일부 전문가는 ‘의식 있는 깜둥이’ ‘경찰을 조져버려’가 낫다고 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심각한 전기영화보다는 이지-이 사망 20주기에 멤버들이 재밌는 추억을 헌정한 영화로 보는 게 낫다”고 했다. 미국 휴스턴에서 관람한 남성훈 평론가도 “현지 관객들은 시종 폭소하며 ‘응답하라…’ 같은 추억 오락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등장인물의 사진을 보고 대표 곡 한두 개만 찾아 듣고 가도 몇 배는 더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디테일 때문이다. 영화 후반, 아이스 큐브와 이지-이가 클럽에서 재결합을 논의하는 장면에선 힙합 그룹 우탱클랜의 ‘C.R.E.A.M.(돈이 모든 걸 지배해)’이 흐른다.

앨범과 영화 ‘스트레이트…’는 똑같은 선언으로 시작한다. “넌 이제 길바닥에서 얻은 지식의 힘을 목격하게 될 거야!”(닥터 드레)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힙합영화#닥터 드레#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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