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18명중 5명 불안정 상태… 역학조사는 계속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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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비상]
메르스 의심환자 1명 사망

당정 긴급 협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메르스 
탄저균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메르스 3차 감염을 막기 위해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문 장관 왼쪽은 
백승주 국방부 차관,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정 긴급 협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메르스 탄저균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메르스 3차 감염을 막기 위해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문 장관 왼쪽은 백승주 국방부 차관,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내 최초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1번 환자·68)가 5월 15∼17일 입원했던 경기 P병원에서 같은 기간에 입원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A 씨(58·여)가 1일 오후 6시경 사망했다.

A 씨는 P병원에 입원했을 때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같은 병실 사용 등 ‘밀접 접촉자’들에 대해서만 격리 조치를 취했던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와 방역 대응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A 씨의 메르스 감염 여부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A 씨가 메르스의 주요 증세 중 하나인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고, 1번 환자가 집중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던 시기에 P병원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A 씨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 여전히 답보 상태인 P병원에 대한 역학조사

무엇보다 P병원에 대한 명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현재까지 확인된 총 18명의 메르스 확진자 중 P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1번 환자 부인 △의료진 1명 △같은 병실 이용자 3명 △다른 병실 환자와 방문자 10명 등 총 1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1번 환자가 처음으로 갔던 의료기관의 간호사와 세 번째로 갔던 의료기관의 의사 등 3명(1번 환자 포함)을 제외하고는 모두 P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P병원에서 1번 환자와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에 있던 6번 환자(71)가 감염자로 확인된 지난달 28일이 되어서야 P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진행하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P병원에서 다른 병실에 있던 감염자들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이른 시간 안에 밝혀내는 게 역학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폐쇄회로(CC)TV, 병원 기록, 병원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1번 환자의 정확한 활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CCTV 영상의 화질이 안 좋고, 사각지대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중앙메르스관리본부 기획총괄반장)은 “CCTV 등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정보의 제한이 많아 1번 환자의 동선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추가 사망자 발생에 대한 불안감 커져

A 씨가 사망하자 이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8명의 환자 중에서도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5명이나 되고, 호흡 곤란 등을 겪고 있는 환자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관지에 인공호흡 장치를 삽입하는 ‘기관 삽관’ 시술을 받은 환자는 1번, 6번, 14번 환자(35) 등 3명이다. 또 3번(76)과 12번 환자(49)는 체내 산소 포화도 저하 현상을 겪고 있다.

보건당국은 기관 삽관 시술 환자 3명과 산소 포화도가 낮은 환자 2명 총 5명의 환자를 ‘불안정 상태’로 보고 있다. 특히 6번 환자의 경우 메르스에 감염되기 전에도 폐질환과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번 환자도 젊지만 패혈증 증세가 있어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가뜩이나 치사율이 40%나 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만약 확진 환자들 중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이번 주가 3차 감염의 고비


‘3차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번 주가 1번 환자의 본격적인 바이러스 전파 시기(5월 15∼17일)로부터 약 2주가 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메르스에 감염된 지 약 2주 안에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1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수 있는 잠재적 환자들의 증세가 집중적으로 발현되는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5일에 메르스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 3차 감염은 물론이고 ‘공기 중 전파’와 ‘바이러스 변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점검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특별한 환자 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메르스 확산이 어느 정도 꺾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건당국이 지난달 기준 129명이었던 격리 대상자 수를 1일 682명으로 5배 이상으로 늘린 것도 중요한 시기에 ‘집중적 관리’를 하기 위한 조치다. 권 공공보건정책관은 “2차 감염자들이 거쳐 간 지역병원을 중심으로 의심 신고가 급증했고, P병원에 대한 전수조사와 재조사 과정에서도 추가 격리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보건당국은 격리 대상자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전체 격리 대상자의 약 35%(240여 명)를 고위험군으로 지정해 시설 격리를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시설 격리된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한편 뚜렷한 역학조사 결과 등이 나오지 않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과 김성주 의원 등은 “복지부가 메르스 발생 지역 의료기관들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유근형·민병선 기자
#메르스#환자#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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