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의 ‘비자금 저수지’ 추적… 대선자금-사면의혹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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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1년 서산장학재단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이 성 회장의 또 다른 비자금 조성처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7일 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동아일보DB
검찰의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 수사가 ‘2라운드’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성 회장의 사업 파트너 A 씨가 제기한 여야 핵심 인사 3명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이나 성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 배경에 얽힌 단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 서산장학재단 자금 흐름 추적

성 회장이 1991년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은 성 회장의 정치 활동을 돕는 외곽 조직으로 의심받아 왔다. 2009년 1월 경남기업이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재단 회원 2만여 명은 금융감독원 등에 신용등급 유지와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내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성 회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12년부터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지난해 6월 사이에는 회원들이 법원과 청와대에 수차례 탄원과 진정을 넣었다.

1차 확인 대상은 성 회장이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산장학재단을 불법 대선자금 조성 통로로 이용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성 회장이 현장 전도금(현장 사업장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보내주는 경비) 명목으로 조성한 비자금 32억 원 중 9억5400만 원을 2012년 인출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또 다른 ‘비자금 저수지’가 존재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A 씨가 “2012년 10월 중순경 여당 핵심 인사 2명과 야당 중진 의원 1명에게 건넬 5만 원권 돈다발에서 봤다”고 한 띠지는 기존 비자금 32억 원과 무관한 시중은행들의 것이었다.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이 지원한 장학금이 2011년 18억 원에서 이듬해 266만 원으로 급감한 배경도 확인할 방침이다. 성 회장이 정계 진출을 시도한 2000년 이후 경남기업 계열사들이 출연한 돈 중 수십억 원은 서산장학재단의 수익금에 포함되지 않고 ‘제3의 기부처’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메모 리스트 8인’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외에 나머지 6명에 관한 단서가 확보될 때엔 검찰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성 회장이 2005, 2007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는 과정에 재단이 동원됐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검찰은 올해 초 경남기업의 횡령 및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사면 배경을 주요 확인 대상에 올려두고 있었다.

○ 검찰, ‘억대 돈 가방’ 증언 신빙성 검증

검찰은 성 회장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핵심 인사 3명에게 억대 돈 가방을 건넸을 것이라는 A 씨의 주장을 검증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A 씨가 당시의 정확한 날짜와 동선을 복원할 만한 여러 단서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확보해 뒀던 성 회장의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과 대조해 동선을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억대 돈 가방’ 증언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2년여가 지난 현재로서는 돈 가방을 포장한 날짜나 돈을 실제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은 또렷하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성 회장이 종로구 모처에서 (돈 가방을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인사를 만난다고 했는데, 그날 나는 △△일보의 친한 기자를 K호텔에서 만나고 있었다”는 식이다. A 씨는 “성 회장과 함께 현금 6억 원을 서류가방에 옮겨 담은 ‘그날’은 내가 KTX를 타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다음 날이었다”며 검찰 조사에 대비해 KTX 탑승권 구입 기록 등 당시 자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활동해 온 A 씨가 홍 지사와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들어 A 씨 주장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A 씨는 홍 지사가 8일 검찰에 소환되기 전 “2012년 12월 도지사 선거 때도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줘야 할 ‘큰 거 한 장(1억 원)’을 배달사고 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한 바 있다. A 씨가 이 주장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성 회장의 또 다른 정치권 로비 의혹의 구체적 정황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일각의 추정이다. 그러나 A 씨가 밝힌 2012년 10월 당시의 정황이 상당 부분 사실로 판명될 때에는 여야 대선자금의 일부에 해당하는 ‘억대 돈 가방’ 의혹을 규명하는 쪽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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