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민동용]미래를 놓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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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 정치부 차장
민동용 정치부 차장
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재석 158명 중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였다. 박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의원들은 불참했고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만 투표했다. 그런데도 7표의 ‘반란표’가 나왔다. 본회의장 맞은편 예산결산위원회장에 모여 있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규탄대회를 열었다.

새정치연합 의원 129명(구속 수감 중인 의원 1명 제외)과 정의당 의원 5명 모두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재석 의원은 292명이 되고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과반수는 147명이 된다. 실제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151명의 새누리당 혹은 무소속 의원 중 5명만 설득해 반대나 기권표를 던지게 했다면 임명동의안은 부결될 수 있었다.

새정치연합은 “결과론에 불과하다. 그게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못 하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 하는 것”이라는 16년 전 김대중 정부 신지식인 1호 연예인의 명언을 들려주고 싶다.

새정치연합이 ‘안 한’ 이유는 과거에 갇힌 그들의 시선에 있다. 지난달 열린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은폐 의혹에 박 후보자가 책임이 있다는 어떠한 구체적인 증거도 대지 못했다. 박 후보자를 부끄럽게 하는 정연한 논리도, 준엄한 질책도 없었다. 그러고는 “책임이 있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열을 올리고, 표결에 불참하고,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정말 박 후보자가 대법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주어진 국회 규정, 관습, 전통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해 부결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것이 새정치연합이 지향하는 수권정당의 면모이며 미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당내 ‘486’의원들의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동료 세대에게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걸 보여주는 데만 집중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요인 중 하나는 과거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지자 ‘유능한 경제정당’ ‘국민지갑 지킴이’ 같은 미래형 슬로건을 내던지고 정권심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심판은 과거다. 최측근들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혹은 뇌물 수수 의혹 사건에 박근혜 대통령은 오히려 정치개혁으로 치고 나왔다. 개혁은 미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8년 전 대통령 특별사면 논란을 제대로 털어내지 못했다. 특사는 과거다.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처리마저 불투명해졌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연계시켰다. 문재인 대표는 그러면서 “노후생활 보장”을 강조했다. 2060년경 고갈될 전망인 국민연금에서 문 대표가 말하는 노후생활 보장의 대상은 현재 기성세대까지다. 10, 20대는 기성세대의 노후를 위해 더 많이 부담하고 훨씬 적게 받을 확률이 높다. 이들을 우리는 미래세대라고 부른다. 새정치연합은 또 미래를 놓치고 있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박상옥#대법관#공무원연금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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