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인평]‘클래식 특공대장’ 함신익의 성공을 기원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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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소외된 이들 위해 심포니 만들고
트럭무대 끌고 오지 찾아가는 ‘친절한 연주회’
난해한 작품이 능력인 양 화려한 무대가 특권인 양
오만한 음악계에 신선한 반란
청중이 원하는 음악 연주로 함께 행복한 공연 되기를

전인평 중앙대 예술대 명예교수
전인평 중앙대 예술대 명예교수
주위 친구에게 함께 콘서트를 가자고 하면 대부분은 클래식 음악은 어려워서 함부로 근접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중학교만 나왔어도 독일의 3B가 바흐 베토벤 브람스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베토벤의 3대 교향곡이 영웅교향곡, 전원교향곡, 합창교향곡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이 정도 아는 것은 무식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식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시험을 보기 위하여 머리로만 음악을 배웠지 실제 음악을 즐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무식하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뛰어든 사람이 지휘자 함신익이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생음악으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누빌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창단한 ‘심포니 S.O.N.G’의 첫 무대는 소록도였다고 한다. 함신익은 무대가 없는 지역을 위하여 트럭을 개조하여 이동 무대를 만들었다. 어디든지 트럭이 머무는 곳이 연주회장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붕어빵 장사처럼 기동력을 가진 클래식 특공대이다.

함신익은 서울 삼양동 달동네 작은 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리고 건국대 졸업 후 달랑 200달러를 들고 미국에 가서 식당 서빙, 트럭 운전 등 온갖 험한 일을 하며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1960, 70년대 젊은이라면 이렇게 해서라도 미국에 갈 기회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사치였다. 그만큼 나라가 어려웠다.

“가난이 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런 고백은 어려운 시절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더구나 미국 예일대 교수인 함신익은 귀국해 대전교향악단 지휘자로서 성공을 거두고 KBS 지휘자로 서울에 입성하였지만, 그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단원 평가 문제 등의 일로 갈등을 겪다가 사임을 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러한 역경과 고난을 겪었기에 그는 클래식 특공대를 조직할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이다.

누가 이처럼 몸을 던져 클래식 음악을 전하려고 나선 사람이 있었던가?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이동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하도록 2억 원 넘는 5.5t 트럭 이동 무대를 노루그룹 한영재 회장이 나서서 마련해 주었고, 연습실도 무료로 빌렸다고 한다.

클래식 특공대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해결책은 우리나라 오페라계의 실패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서양 오페라는 귀족 계급의 고상한 취미 활동이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했고 문화에 대한 상당한 소양도 있고 또한 시간도 많았다. 그들은 밥 먹기 위한 노동은 하지 않고 즐기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오페라는 바로 이러한 부르주아 계급 또는 귀족 생활에 합류하고 싶은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하면서 발달한 예술이다.

그러나 한국 오페라는 관객의 수요 욕구로 시작한 것이 아니고 초기 일본 유학 출신 성악가들이 오페라를 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오페라단은 푸치니 오페라를 이탈리아 원어로 공연하는 것을 자랑한다. 이것은 청중에 대한 배려는 없고 “우리 오페라단은 이만큼 수준 높은 오페라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인 듯싶다. 거기다가 호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필요한 정보를 간결하게 넣어 비용을 줄일 생각은 왜 안 하는지. 이런 자세로 오페라단을 운영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현대음악 작곡계도 청중에 대한 배려는 없다. 청중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표현 욕구를 담으려는 실험만 거듭해 왔다. 결과적으로 현대음악은 난해해졌고 청중은 대중음악 쪽으로 몰려갔다. 그래서 현대음악 연주장에는 청중은 없고 실험을 하려는 작곡가만 남은 형색이다. 이러한 청중 부재의 상황은 사실 작곡계가 자초한 것이다.

클래식 특공대가 성공하려면 청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연주해야 하고 이런 작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함신익 지휘자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삶을 살아왔다. 이제 관조의 경지에서 클래식을 듣고 싶어 하는 청중에게 음악을 공급하려는 마음으로 클래식 특공대장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함신익 지휘자의 성공을 빈다.

전인평 중앙대 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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