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스펙 뒤에 無대책’ NCS의 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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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저래도 취업준비생들에겐 여전히 험난한 취업
공기업 준비생 “스펙 시름 더나 했더니…”
토익-학점 배제한 직무역량 평가 전형
“정체모를 시험… 편해지긴커녕 더 막막”

“공정하기는커녕 더 힘들고 막막하네요….”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도입하는 무(無)스펙, 능력 중심 채용이 기존 필기, 면접 위주의 채용보다 준비할 게 더 많고 힘들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바탕을 둔 평가 모델을 개발해 2017년까지 전체 공공기관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NCS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체계화한 것으로 현재 공공기관 100곳이 이 방식으로 채용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공기관 채용에 토익, 학점 등은 반영되지 않고, 자기소개서는 역량지원서로 바뀐다. 직무능력평가, 역량시험, 역량면접도 새로 도입된다. 실제로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원서 학력, 영어 점수, 자격증 등을 적는 난을 없앴고, 자기소개서는 ‘직무능력기반 지원서’로 바꿨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의 불만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 직업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NCS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 산업인력공단은 지원서에 의사소통 능력 평가 명목으로 ‘직원과 고객이 대화 중인데 고객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문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하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400∼500자로 적도록 했다. 또 조직이해능력 평가 명목으로는 ‘여러 조직에서 생활해 오면서 조직의 중요성과 경험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지원서에 담았다. 산업인력공단에 지원한 이모 씨(28)는 “이런 질문이 직무능력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고, 오히려 기존 자기소개서보다 쓰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직무평가 등 새 시험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것도 준비생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6·여)는 “결국 점수화된 스펙은 아니더라도 나를 좀 더 돋보일 수 있는 공모전이나 봉사활동 등의 경력을 더 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스펙#취업#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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