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조현아 징역 1년 실형 선고…“항로변경 유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2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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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조현아 오늘 선고. 사진=동아일보 DB
땅콩회항 조현아 오늘 선고. 사진=동아일보 DB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린 사건이며 위험하고 비상식적”이라고 정의해 실형을 선고했다. 재벌3세의 ‘갑(甲)질’에 사법부가 경종을 울린 셈이다.

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2일 오후 3시 303호 법정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땅콩 서비스를 빌미로 ‘램프 리턴(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것)’ 시키고 사무장을 하기시킨 행동은 항공기 안전을 위협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검찰이 적용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강요죄 △업무방해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5개 혐의 가운데 공무집행 방해죄를 제외한 4가지 혐의를 인정한 것. 다만 초범이고 우발적 행동이었던 점과 비행기 안전 피해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이 공방을 벌인 법률상 항로 정의를 놓고 재판부는 검찰의 편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항로를 “운항 중인 항공기는 이륙 전 지상 이동 구간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램프 리턴’도 항로 변경으로 해석했다. 또한 항로 변경은 조 전 부사장이 폭행과 폭언을 행사해 위력에 의해 사무장과 기장이 명령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이번 사건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이 있었다면, 승객을 비롯한 공공의식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조 전 부사장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박 사무장과 승무원의 고통의 무게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 도중 조 전 부사장이 제출한 반성문 일부를 읽었다. 오 부장판사가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 가운데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 품지 못하고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모든 걸 제가 화가 났다는 이유로 벌어졌다”고 소개하자 조 전 부사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로부터 조 전 부사장이 용서받지 못했고, 공판 과정에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실형 이유를 밝혔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여모 상무(58)에게는 증거인멸 및 은닉교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55)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처분을 내렸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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