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식-유회원 ‘론스타 뒷돈’, FIU에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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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그대로 기록해 합법 가장했지만 의심거래로 찍혀 檢 정밀 계좌추적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돈을 건넸다. 쥐도 새도 모르는 ‘딜(거래)’이었는데….”(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측 관계자)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52)가 2011년 9월 법정 구속 중이던 유 전 대표(65)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써 주고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검찰 안팎에선 두 사람 간 ‘은밀한 거래’가 들통 난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통상 사건 당사자 간 합의서 작성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당사자들이 탄원서나 합의서를 들고 와도 이들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는 검찰과 법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 전 대표 구속 직후 일각에선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올 상반기 시작되는데 이를 염두에 둔 검찰의 선제적 기선 제압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이 두 사람 사이에서 1차 가교 역할을 했다는 본보 보도가 나오자 “정권에 밉보인 조 전 비서관 주변을 뒤지다 장 전 대표가 걸려 든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장 전 대표와 유 전 대표의 ‘은밀한 거래’가 들통 난 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혐의 거래 통보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관피아’ 범죄 수사 과정에서 대검찰청과 FIU 사이에 협력이 강화됐는데 FIU가 두 사람의 의심스러운 거래 내용을 대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반부패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김후곤)에 사건을 배당하고 정밀 계좌 추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 전 대표와 유 전 대표가 합법 거래 형식을 취하다 보니 8억 원의 이동 흔적은 물론이고 장 전 대표의 주식 투자, 아들 유학 자금 송금 명세 등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합법 거래를 가장한 ‘자기 꾀’에 스스로 꼬리를 밟힌 형국이다. 게다가 은행에까지 동행해 8억 원과 탄원서를 맞교환할 정도로 서로를 불신했던 두 사람의 관계도 수사에 도움이 됐다. 검찰은 유 전 대표의 금융 자산만 수백억 원이 넘고 그의 계좌에 론스타 측에서 입금된 수수료와 임금, 수당이 있지만 이 돈을 로비자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장화식#유회원#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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