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자 정치권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당사자’ 격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문 대표 측은 “대변인 논평으로 갈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치적인 문제는 원내에 일임하겠다는 게 문 대표의 기본 생각”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필귀정(事必歸正·당연한 결과)”이라며 “법치주의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준 뜻 깊은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된 만큼 이 전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권력기관의 대선 개입에 대한 입장과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대책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2013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알았든 몰랐든 새누리당의 집권 연장을 위해 자행된 일이고 박 대통령이 그 수혜자”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선거운동에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대선 불복’ 논란이 빚어졌다.
2013년 당 대표로 서울광장 노숙투쟁을 했던 김한길 의원도 성명을 내고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한탄한다)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며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들고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큰 상처를 내는 국기문란 사태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대선 막바지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이 사건의 계기가 된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을 수사했던 권은희 의원은 “오늘 다시 수사과장이 된 듯 보람차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공작 저지 특별위원회’ 소속 신경민 서영교 배재정 의원도 국회에서 성명을 내고 “사건 초기에는 ‘그런 일 없다’고 하다가 증거가 나오자 ‘개인적 일탈’이라 치부하고 기소가 되자 ‘재판 결과를 보자’던 박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어떤 경우에도 사법부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2심이 1심과 다르게 (실형으로) 판결된 것은 한마디로 정의해 말씀드리긴 어려운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영우 대변인도 논평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정원은 이 같은 잘못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심기일전하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13년 국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조사특위 여당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를 도와달라는 뜻을 전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정치공세”라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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