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美中日러도 대박” 모두가 끄덕일 청사진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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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제3심포지엄: 남북한, 평화의 길을 찾아서
인촌기념회-동아일보-채널A-고려대 공동주최

‘통일리더십’ 보수-진보 머리 맞댔다

《 한반도가 ‘안정적인 평화’로 가기 위해 ‘새로운 통일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 채널A, 고려대가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공동 주최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세 번째 심포지엄은 북한을 변화시켜 핵을 포기하고 통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보수와 진보가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남북한, 평화의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오후 토론이 열리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김흥규 
아주대 교수, 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장, 송민순 경남대 석좌교수, 이용훈 인촌기념회 이사장, 현인택 고려대 교수,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엄종식 전 통일부 
차관, 엄구호 한양대 교수,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유호열 고려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교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남북한, 평화의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오후 토론이 열리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김흥규 아주대 교수, 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장, 송민순 경남대 석좌교수, 이용훈 인촌기념회 이사장, 현인택 고려대 교수,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엄종식 전 통일부 차관, 엄구호 한양대 교수,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유호열 고려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교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석학들의 5대 제언

① “통일은 美中日러도 대박” 모두가 끄덕일 청사진 만들자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 채널A, 고려대가 3일 공동 주최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심포지엄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 남북 분단 극복, 바람직한 통일 리더십을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북핵 해법과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 간 공방이 치열했다. 동아일보는 남북한이 평화로운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5대 제언을 정리해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지표로 삼기로 했다.

심포지엄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에 통일의 이익을 설득하는 통일리더십을 갖추지 못하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 수 있다”(윤덕민 국립외교원장)는 제언이 공감대를 얻었다.

윤 원장은 “주변국들이 ‘이런 통일이라면 지지해도 좋다’고 생각하도록 한반도 통일에 대한 청사진을 잘 마련하고 통일이 국제법, 역사, 민족자결의 측면에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가치임을 국제사회에 기정사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통일대박론을 국제적으로 확산해 업그레이드하자”며 “한반도 통일로 동북아에 평화 안정 번영이 확대될 수 있음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어느 일방(미국)에 편향돼 통일을 추구하는 전략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동맹 유지하면서 중국과 화합)을 넘어 연미협중(聯美協中·미국과 동맹 유지하면서 중국과 협력)을 통해 통일 및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국과 공동 목표를 추구하고 이를 과감히 행동에 옮기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일 대사를 지낸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장은 “특정 국가(일본)의 지향을 반(反)통일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이 통일에 스포일러(방해꾼) 역할을 하지 않는 협력자로 만들기 위해 한일관계를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통일외교를 위해서는 균형외교가 필요하며 러시아와 자원 중심의 경제동맹을 구축해야 균형외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② 북핵문제, 남북대화 메뉴에 함께 올려야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다른 현안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고 들어와 함께 다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북핵 해결의 창구인 6자회담은 2008년 이후 8년째 중단된 상태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북한은 2013년 3월 핵과 경제발전의 병진정책을 발표하면서 비핵화 불가론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북한 스스로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을 설정한 셈이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 북핵 문제를 다른 나라의 손에 맡겨 두기보다는 남북문제와 병행해 푸는 정공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핵 문제를 풀려면 기초부터 새로 다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남북대화는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그러나 과거보다 현 정부의 대북 정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 정권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장은 “대화를 하되 시간 계획을 정해놓고 진전이 없으면 제재로 넘어가는 체계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대통령 직속으로 북핵폐기위원회(가칭) 같은 기구를 만들어 북핵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③ 中과 전략적 협력… 기초는 한미동맹

통일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선 동북아시아에서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힘의 균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통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장은 “세력 전이(轉移) 후에 나타날 새로운 동북아 질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미중의 전략적 안정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한국의 정책은 결코 두 개의 태양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지역 국가들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 미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독일과 일본에 밀리자 금융으로 패러다임을 바꿨고 또 정보기술(IT)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규칙으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미국을 무시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 군 내부에서도 한국 중심의 통일이 중국 국익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한중 간 인식 차가 좁혀졌다”며 “이런 변화를 신속히 읽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④ “北이 변해야 5·24해제” 명확한 신호를

2010년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징벌적 제재인 5·24 조치를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정부가 5·24 조치를 넘어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진전시키려는 의지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노리는 도발-대화-보상-도발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는) 5·24 조치의 전면 해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 교수는 “국민 여론의 추이를 보면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다른 방식의 (남북)관계 변화를 기대하고 촉구하는 방향으로 의식이 변하고 있다.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고민해야 할 중요한 잣대”라고 분석했다.

엄종식 전 통일부 차관은 “남북관계를 새로 진전시키려면 5·24 조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문제를 우회해서는 남북관계의 방향을 새롭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5·24 조치를 취할 당시 차관을 지냈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5·24 조치 해제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 많았다.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한 북한의 책임 등을 해결하지 않고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으로 판단했다.  
⑤ 정권 바뀌어도 지속될 대북정책 틀 짜자

정권에 따라 바뀌는 대북·통일정책도 이제는 국가적 공감대에 바탕을 둔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엄종식 전 통일부 차관은 “지도자는 사회 각 요소를 통합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통일국가 미래상을 확고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전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이유로 장단점을 가리지도 않고 배척하는 것은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대북 통일정책을 다룬 전·현직 핵심 당국자들 중심으로 통일정책수렴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정권을 초월한 대북정책을 만들면 남남갈등이나 정책 단절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민순 경남대 석좌교수는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가 1982년 정권교체로 총리가 됐을 때 연정 파트너 정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동방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방 위원은 “통일정책이 실행 가능해지려면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삼되 북한의 움직임과 국제적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열린 리더십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는 남북관계의 현 상황을 “불확실한 평화의 시대”로 규정하며 “억지가 작동하지만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 안정적인 평화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박희창 기자
#통일#청사진#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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