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9일 밝힌 올해 업무계획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가계부채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 데다 현재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너무 높아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 경우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또 청년층과 대학생 대상 대출을 제공하고 고령화에 대비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서민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 대출 바꾸면 당장 상환부담 늘지만 총 이자 비용은 줄어
기존의 ‘변동금리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바꾸면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은 연 2%대 후반으로 책정되는 데다 분할상환으로 원금이 계속 줄면서 납부해야 하는 이자도 갈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금을 바로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당장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 3.5% 변동금리, 만기 일시상환을 조건으로 2억 원을 대출받아 20년간 보유한다면 매월 58만 원의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2억 원을 한꺼번에 내야 한다. 20년간 총 이자 부담(평균금리 3.5% 가정)은 1억40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대출을 20년 만기에 연 2.8%의 고정금리, 전액 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타면 매월 원리금 상환액은 109만 원으로 크게 늘지만 만기에 상환 부담이 없어지고 총 이자 부담은 6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이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20년간 총 1000만 원의 절세 효과도 볼 수 있다.
만기 10∼30년으로 설계되는 이번 상품은 현재 변동금리,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현행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 자격 요건에 따라 기존 대출자 중에서도 담보가액 9억 원 이하, 대출액 5억 원 이하인 대출만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신규 대출과 1년이 경과되지 않은 대출은 신청 대상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올해는 일단 20조 원 한도로 대출 전환을 추진하고 내년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돼 변동대출 금리가 연 2%대 후반 아래로 떨어지면 고정금리 대출 전환이 대출자 입장에서 손해가 될 수 있으므로 전환 여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 대학생 금융지원 확대, 100세 시대 대비 연금도 나와
정부는 미소금융재단, 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대학생 및 청년(만 29세 미만)만을 위한 ‘햇살론’을 새롭게 내놓기로 했다. 기존 미소금융재단의 대학생용 대출은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등 대출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한도(300만 원)도 작았다.
새로 나오는 햇살론은 소득 3000만 원 이하이거나 신용등급 6등급 이하면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모든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6%대에서 4∼5%대로 낮추고 한도는 3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확대된다.
무엇보다 거치 기간이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미소금융 상품은 거치 기간이 1년으로 1학년 때 돈을 빌리면 당장 2학년 때부터 원금을 갚아나가야 했다. 반면 ‘햇살론’은 거치 기간이 군 복무기간 2년을 포함해 최장 6년이다. 남학생의 경우 1학년 때 돈을 빌린 후 군복무까지 마치고 돌아와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된다. 미소금융 중앙재단 전국 164개 지점이나 신용회복위원회 사무실 등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대학생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환대출 상품도 공급한다. 금리는 연 5.5%이며 대출 한도는 최대 1000만 원이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대학생과 청년층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채무 감면율을 최대 50%에서 최대 60%로 늘리고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얻지 못할 경우 최장 4년까지 채무 상환을 유예해 준다.
금융당국은 또 100세 시대를 대비해 80세부터 사망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고연령 거치연금’(가칭) 상품도 상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55세 이전에 일시납으로 한꺼번에 보험료를 내거나 매달 적립식으로 납입하고 80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현재는 통상 80세 남성이 보유 자금 1억 원으로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사망 시까지 매달 43만6000원을 받는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고연령 상품의 경우 55세에 2000만 원만 납입하면 80세부터 사망 시까지 매월 43만6000원을 수령할 수 있다. 25년의 거치 기간이 있어 보험료가 훨씬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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