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 지도층부터 公共性확립해야 제2도약 가능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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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014년 공공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33개국 중 33위라는 부끄러운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무엇보다 선주와 선장, 이들을 감독하는 공직자들이 사익(私益)만 챙기면서 공공성이 무너진 결과였다.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린 우리 사회는 지금 ‘공적(公的) 모럴’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다시 구축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가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광복 70년, 분단 70년, 그리고 인촌 김성수 선생 60주기를 맞은 을미년 벽두에 동아일보와 채널A가 인촌기념회, 고려대와 함께 ‘공공성의 확립’을 첫 주제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4회 연속 심포지엄을 여는 이유다.

어제 ‘한국의 정치와 사회의 공공성’에 대해 발제한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헌법 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돼 있음에도 우리는 건국 이래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우리 힘으로 쟁취한 것만 대견해할 뿐 아직도 공화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본격적 성찰과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계 보스의 권력 사유화와 지연(地緣) 혈연(血緣) 학연(學緣)의 연고주의로 얽힌 가산주의(家産主義·patrimonialism)는 정치의 공공성을 해치는 대표적 요인이다. 박근혜 정부의 ‘수첩 인사’와 잇단 ‘인사 참사’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는 공공성을 쉽게 말하면 공선사후(公先私後)라 할 수 있다. 인촌은 공적인 일을 우선시하고 사사로운 일은 뒤로 미루는 공선사후를 생활신조로 여겼다. 정의롭지 못한 정치와 불공정한 경제사회적 관행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 ‘울혈(鬱血)사회’, 사회 전체의 공공성 회복이 절실하지만 그중에서도 사회지도층 특히 공직사회가 앞장서지 않으면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이화여대 양승태 교수가 “공공성 확립의 기초인 추상같은 법치의 확립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 특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기업 개혁, 규제 혁파 같은 공공부문 개혁은 공직사회가 그들만의 이기심을 버리고 공공성 회복에 나섰음을 천명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이기심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각자가 분업을 통해 사회 전체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 직업에 주어진 공적인 책임을 다할 때 가능하다.

‘내 탓이오’는 드물고 ‘남 탓’ ‘국가 탓’은 넘쳐나는 사회, 룰을 깨고 질서를 망가뜨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회, 공적인 가치에 헌신한 사람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가 결국 어떻게 귀착됐는지는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공공성 확립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사회, 민주적 의사결정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제1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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