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상회담 첫 언급… 정부 “진전된 자세 의미있어”

윤완준기자 , 주성하 기자 입력 2015-01-02 03:00수정 2015-01-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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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급물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북남 최고위급 회담’은 물론이고 각종 남북대화 개최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조건을 달았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또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제안한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한 당국 간 회담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통 큰 제안’으로 자신이 남북 대화를 주도하려는 점을 과시했다. 정부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관계부처 회의를 거친 뒤 북한의 제안을 적극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적극적인 호응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대화 언급 의미 있다고 판단”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이) 더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 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남북)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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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세워 제안한 남북 당국 회담 승부수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박근혜표 대북정책’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역제안 공세’의 성격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남북이 모두 대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면 된다는 방향으로 정부 대응 기조가 정리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대화와 교류에 진전된 자세를 보인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평가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불과 3시간 전 통일부가 “북한이 신년사에서 구체적 입장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고 자료를 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외신 인터뷰에서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고 평화통일 준비를 위한 진정성과 실천 의지’를 전제로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질적으로 남북 현안을 풀 수 있는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으면 정상회담이 가능하고,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형식은 남북이 협의하는 과정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과 김정은을 모두 초청한 상태여서 남북 정상 간 만남이 다자 무대에서 성사될 수도 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굳이 해외에서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북핵 문제 등 정상회담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 “제도통일 추구하지 말라”며 흡수통일 우려

정부는 김정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면서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없고 남북관계도 진전할 수 없다”는 태도를 되풀이한 점도 주시했다.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다.

“체제 대결을 추구하지 말라” “남북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라” 등의 주장도 여전했다. 김정은이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거론한 제도통일에 대한 거부감은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도 탈(脫)냉전의 정세 변화로 위기감을 느낀 1990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 최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당시 남측이 호응했지만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 대신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간 남북 고위급회담이 8차에 걸쳐 진행됐다.

○ 고립 탈피, 돈 필요한 북한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다룬 분량이 지난해(1216자)에 비해 두 배 가까이(2109자)로 늘어났다. 김정은 통치에서 남북관계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갑자기 남북관계가 중요해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집권 4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경제 개혁에 다시 한 번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필요성도 남북대화에 나서게 만든 요소라는 것.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3주기 이후 홀로서기가 시급한 김정은이 외교적 고립과 인권압박 등 대외환경 악화로 위기감을 느끼자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
#김정은#북한#김정은 정상회담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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