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야외공연장 참사]“수천명 몰리는 야외공연, 안전요원 全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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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허술한 관리 실태

“아우, 위험하고말고요. 거리 무대에 오르면 아찔함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익명을 요구한 가수 매니저 A 씨(42)는 “이번에 사고가 난 축제 같은 야외 행사의 경우,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는 경우가 열이면 셋에 불과하다”면서 “70%의 행사장에는 가수와 매니저, 조명 음향 같은 공연 진행 스태프를 제외한 관계자가 아무도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1990년대 아이돌 그룹부터 최근 중견가수까지 다양한 이들의 매니저로 국내 여러 공연장을 다녔다. A 씨는 “안전요원이 배치되더라도 10명 이내의 요원이 경호와 안내, 안전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이들 중 과반수는 아르바이트 요원이어서 실효성이 극히 적다”고 전했다.

아이돌 그룹과 팝스타의 공연은 곧잘 사고로 이어졌다. 관객 입·퇴장과 스타의 등·퇴장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1992년 2월에는 미국 팝 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 공연 중에 팬들이 무대 앞쪽으로 몰리면서 60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1998년 12월에는 전남 순천시 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남성그룹 H.O.T.가 등장하자 관객이 몰리며 10여 명이 부상했다. 2005년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 녹화 현장에서는 빨리 입장하려던 관객이 서로 밀리면서 1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

공간 범위가 확정돼 있고 위험요소가 한정된 실내 공연장과 폐쇄형 야외 공연장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공연 시간 내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거리 무대 주변은 안전이 가장 취약한 현장이다. 가수 매니저 B 씨는 “유명 가수가 출연하는 거리 공연의 경우, 수백 명에서 시작한 관객 수가 수천, 수만 명으로 늘어나는 건 한순간”이라면서 “무대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가수가 현장에 접근하는 동선 주변을 통제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거리 공연에서 이번처럼 올라설 수 있는 환풍구가 있는 경우는 처음 봤다. 평소 안전 관리 수준으로 봐서 주최 측이 이곳까지 막을 생각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경호업체 티알아이 인터내셔널의 김성태 대표는 “객석과 길거리의 구분이 불분명한 야외 무대 안전관리는 공연 구획과 시간을 확실히 설정하는 게 첫 번째로 할 일”이라면서 “관리 영역을 분리해 좁히고 관객이 매달릴 수 있거나 떨어질 수 있는, 구획 내 모든 위험 요소를 통제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대개의 문화행사가 가수 출연료와 진행비에는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안전에 대한 대비에는 인색하다. 이번 기회에 실내 공연장뿐 아니라 야외 행사에 대해서도 안전관리 기준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판교 야외공연장 참사#환풍기 붕괴#붕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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