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대회 D-29]“가슴속에 명량의 회오리가 치는 기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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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단 미디어데이 말말말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유연성이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개막을 30일 앞둔 20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D-30 미디어데이에서 밝힌 자신의 좌우명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 선수단 18개 종목 선수 20명과 지도자 19명의 마음가짐도 유연성과 다르지 않았다. 비장한 눈빛이 그것을 말해주고도 남았다.

참석자 모두가 각오를 밝힌 가운데 공통적인 키워드는 세월호, 대한민국, 희망으로 요약됐다. 남자 양궁 오진혁은 “우리나라가 안 좋은 일도 겪었으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펜싱 박경두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희 여자 유도 코치는 “인천 아시아경기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 속에서 치러질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안방이라” “홈경기이니” 같은 말도 줄을 이었다. 개최국으로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는 해도 국민적인 성원에 더 큰 힘을 얻겠다는 의미였다. 한국은 안방에서 치렀던 1986년 서울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 90개 이상을 따냈다.

지도자들의 재치 있는 입담도 돋보였다. 임영철 여자 핸드볼 감독은 “그동안 우생순(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금메달이 없었다. 이번에는 꼭 금메달 있는 우생순 신화를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장영술 양궁 총감독은 “영화 ‘명량’에서 활 쏘는 장면이 많이 나오던데 우리 선수들은 실제 경기에서 멋지게 활 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받고 있는 강호석 스쿼시 코치는 “(수많은 취재진을 보니) 가슴 속에 명량의 회오리가 치는 기분이다. 작은 이슈라도 만들어서 미디어의 관심을 약간이라도 얻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선수단장인 박순호 대한요트협회장 등도 참석했다. 9월 11일 결단식을 갖는 한국 선수단은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90개 이상으로 5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밭이 예상되는 한국의 전략 종목으로 양궁, 펜싱, 볼링, 골프, 사격, 태권도, 정구를 꼽았다.

김종석 kjs0123@donga.com·주애진 기자
#2014 인천 아시아경기#한국 선수단#D-30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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