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의리 축구’ 패러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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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 비판 넘어 인신공격까지… “욕 먹어도 싸” vs “상처주는 비난 안돼” 팽팽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외친 고승덕 씨의 사진에 홍 감독의 얼굴을 합성한 이 사진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외친 고승덕 씨의 사진에 홍 감독의 얼굴을 합성한 이 사진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홍명보 감독과 정치인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줄 모르며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줬다는 점이다.”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귀국길에 호박엿 사탕 세례까지 받은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장인 홍명보 감독(45)과 무득점에 그친 공격수 박주영(29)을 희화화한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한 패러디물은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 중 한 명이었던 고승덕 씨가 유세 현장에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라고 외치는 모습에 홍 감독의 찡그린 얼굴을 합성했다. 홍 감독 뒤에는 ‘의리 축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주영의 얼굴이 붙어 있다. 월드컵 직전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0-4 패) 이후부터 등장한 이 패러디는 경기력이 떨어진 박주영을 기용해 패착을 둔 홍 감독을 비판한 것으로 여전히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다. 고 씨는 미국으로 건너간 친딸이 “(이혼 후) 우리 남매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서울시교육감 후보 자격이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후 낙선했다.

‘홍명보 현재 상황’이라는 글에는 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헹가래 받는 사진을 왼쪽으로 90도 눕힌 뒤 “성난 축구팬들이 마포대교에서 홍명보를 던지고 있다”란 설명을 달았다. 대표팀의 전술 부족을 꼬집는 건전한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성 패러디까지 등장하자 팬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이후 최악의 성적(1무 2패·16강 진출 실패)을 낸 만큼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는 의견과 “상처를 주는 도를 넘어선 비난은 삼가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축구팬 김민호 씨(30·회사원)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남지만 국가를 대표해 나간 선수들에게 심한 면박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최근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상처 받은 민심과 이를 달래 줄 것으로 기대됐던 대표팀에 대한 배신감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61)는 “사회 전반에 걸친 권력에 대한 불신 등이 감독인 홍 감독에게 쏠린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국가대표 선수의 선전은 국가에 대한 영광을 개인의 영광으로 투사하는 효과가 있는데, 초라한 월드컵 성적으로 개인의 자존감이 무너지며 분노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스포츠를 정치, 사회적 문제와 연관지어 분노를 표출할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축구 패러디#홍명보 감독#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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