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 “젊은이들 돌아오는 전남으로… 인구 200만시대 다시 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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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8>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

언론인 출신의 4선 중진 의원에서 전남도정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변신한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 지금껏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과 주변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행동하는 혁신 도지사’로 ‘생명의 땅’ 전남을 땀으로 적시겠다고 말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언론인 출신의 4선 중진 의원에서 전남도정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변신한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 지금껏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과 주변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행동하는 혁신 도지사’로 ‘생명의 땅’ 전남을 땀으로 적시겠다고 말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박근혜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수도권 집중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듯한 정책을 펴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후회를 남길 것입니다.”

6·4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에 당선된 이낙연 당선자(62·새정치민주연합)는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부터 쏟아냈다. 그는 19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개발공사 13층 당선자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의 공동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때는 수도권 집중이 너무 심해진다 해서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따님 시대’에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의 인사 정책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나타냈다. 이 당선자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는 지역편중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안배를 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현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인터뷰는 동아일보 하종대 편집부국장과 김정훈 사회부장이 진행했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보나.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국민의) 퉁명스러운 표정이 표로 나타난 것 같다. 다만 결과로 보면 결코 야당이 이겼다고 볼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를 향해 던져진 과제가 적지 않다.”

―중앙정치를 계속할 역량이 충분한데 전남지사를 선택한 이유는….

“6년 전 국회 지식경제위원장과 농수산위원장을 놓고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했다. 솔직히 촌놈 꼬리표를 떼고 싶은 마음에 지식경제위원장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농수산위원장은 농어촌을 잘 모르는 수도권 의원이 하게 돼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려 결국 농수산 쪽을 맡았다. 농어촌 문제를 들여다보고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도지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

―전남지사로서 각오는….

“책임감이 무겁다. 전남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정치적 위상도 낮아졌다. 노인 인구가 늘고 역량 있는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나가 전반적으로 역량이 작아졌다. 첫 임기를 마치는 4년 후 도민들이 일을 잘했다고 평가해주실지 걱정이다. 다양한 경험과 진정성으로 ‘생명의 땅’ 전남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F1국제자동차대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작 단계부터 중앙정부가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봤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스포츠 제전을 유치한 것 중에 F1만큼 지원이 인색한 게 없다. 정부가 차가운 눈으로 본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아쉽다. 그러나 전남도가 중앙정부를 잘 설득하지 못했다는 숙제도 남겼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인수위가 깊이 있게 토론하고 청취하고 있다. 이달 안에 최종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회 재정 부담을 이대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0년 F1대회를 유치한 전남도는 지난해까지 네 차례 대회를 치르면서 1910억 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F1 운영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와 개최권료 문제로 올해 대회가 중단됐고 2015년 대회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남의 인구 감소가 심각한 수준인데….

“인구 200만 명이 무너진 지 여러 해가 됐다. 광역자치단체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고 그 위상을 유지하려면 200만 명은 지켜져야 한다. 한두 가지 사업으로 인구 회복은 어렵다.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 관련 부서를 경제부지사 직속으로 두고 일자리창출과를 국(局) 단위로 격상시키겠다. 인구가 늘려면 투자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확충하고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교육 개선 사업에 심혈을 쏟겠다.”

―‘100원 택시’ 공약이 화제다.

“동아일보가 한국정당학회에 의뢰한 매니페스토 정책평가단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농어촌 마을에서 100원만 내면 택시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다. 전남에는 316개 마을에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 공약은 교통정책도 아니고 복지정책도 아닌 ‘농어촌 인권’ 대책이다. 기초단체장 당선자들도 공약에 동감하고 참여하기로 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것이다.”

―호남고속철도 노선 문제로 전남이 시끄럽다.

“호남고속철도는 올해 말 충북 오송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1단계 구간이 개통되고 2단계(광주 송정∼임성역)는 2017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나주역과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안을 놓고 여론이 엇갈린다. 두 안을 모두 만족시키려면 ‘저속철’이 될 수밖에 없어 고민이다. 다음 달 나오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민 의견을 모으겠다.”

―광주공항 국내선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국토교통부 지침과 감사원 지적대로 광주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는 게 옳다고 본다. 선거기간에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와 만나 7개 항의 상생발전 협약서를 발표했는데 무안공항 활성화가 포함돼 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좋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박 대통령을 만나면 팽목항에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원을 조성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세월호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참사지만 그럴수록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정부가 통곡의 팽목항을 안전 대한민국의 출발선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세월호 침몰 해역 인근 섬에 해상 안전을 위한 전문가 훈련 시설을 만들어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는 역량이 모자라고 흠도 많은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전남을 향한 사랑은 누구 못지않게 뜨겁다. 전남을 하루아침에 천지개벽시킬 수는 없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하나씩 개선해 자식세대에는 활기 있고 매력이 넘치는 땅으로 만들고 싶다.”

이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25일 오전 8시 채널A ‘새 시도지사에게 바란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왼쪽)가 동아일보 하종대 부국장(가운데), 김정훈 사회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왼쪽)가 동아일보 하종대 부국장(가운데), 김정훈 사회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近聽遠見… 아직도 뒷주머니엔 취재수첩 ▼

전국 최고 득표율로 행정가 첫발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의 6·4지방선거 득표율은 77.95%로 전국 최고였다. 그의 압승은 ‘혹독한 예선전에 대한 보상’이라는 분석이다. 5월 10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후보 확정이 늦어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본선에서는 독주체제를 달렸다.

이 당선자는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와 도쿄특파원, 논설위원, 국제부장 등을 지냈다. 정치부 기자 시절 ‘동교동계’로 불리는 옛 민주당을 출입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1989년부터 정치 입문을 권유받았으나 사양하다 2000년 16대 총선 때 고향인 전남 영광에서 당선돼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2년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분당 때는 이른바 ‘꼬마 민주당’에 남아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당선되는 등 내리 4선을 했다. 국회의원 선수(選數)보다 하나 더 많은 ‘5선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제 행정가로 첫발을 내딛는 이 당선자에게는 두 가지 집념의 도구가 있다. 하나는 1만 명이 넘는 연락처가 담긴 휴대전화. 다른 하나는 기자와 정치인으로 살며 지난 36년간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취재수첩이다. 이 당선자는 “내 좌우명인 ‘근청원견(近聽遠見·가까이 듣고 멀리 본다)’을 가슴속에 새기며 도민의 말씀은 가까이 듣고 정책에 반영할 때는 멀리 보겠다”고 말했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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