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기친람 벗어나 권한 위임… 과거 교육부총리보다 역할 커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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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개편]
사회부총리 신설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경제부총리에 이어 사회부총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히자 관가(官街)에서마저 장관 위에 부총리, 부총리 위에 국무총리가 있는 ‘옥상옥(屋上屋)’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총리와 부총리 등에게 충분히 권한을 위임하지 않으면 회의체만 늘어나 업무 속도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분야 부총리제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처음 생겼다. 당시 각 부처로 분산된 인적자원 개발업무를 교육부총리가 총괄 조정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교육부총리는 폐지됐다.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사회부총리가 신설되면 6년 만의 부활이다. 다만 과거 교육부총리보다 역할은 더 커진다. 사회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을 겸임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의 업무를 총괄 조정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부총리를 겸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내에 거시경제 정책 조정 기능이 있고 예산권을 통해 경제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반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 장관은 비경제 분야 전체를 총괄할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허울뿐인’ 부총리직만 신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앞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을 보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리의 권한이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경제와 사회 부문에 각각 부총리를 두면 총리가 총괄하는 정책이나 위원회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며 “노무현 정부 당시 이해찬 총리처럼 소위 ‘실세 총리’가 아니면 복수 부총리제 아래서 총리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총리제 구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1년여 만에 다시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이 부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이에 유 수석은 “가슴 아픈 부분”이라며 ‘부실 논란’을 사실상 시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불도저식 정부조직 개편에 명확히 반대한다”며 “반드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굳이 정부조직을 개편하더라도 청와대의 인사 쇄신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면서 정부 출범 26일 만에 처리됐다.

정부는 다음 주쯤 국회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출한다.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은 출범 당시 17부 3처 17청에서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이 없어지고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신설돼 17부 5처 15청으로 바뀐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박근혜 대통령#사회부총리#정부 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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