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공무원 조직관리 기능’ 그대로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정부 조직개편]
靑, 담화 8일만에 일부 원위치

朴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교육, 사회, 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朴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교육, 사회, 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관료사회 변화의 신호탄으로 인식된 안전행정부의 기능 조정안이 1주일여 만에 수정돼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안행부에서 인사와 조직, 안전 등 핵심 기능을 떼 내고 행정자치 업무만 남겨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7일 청와대는 조직 업무를 다시 안행부로 원위치시켰다.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안행부가 여전히 관료사회의 ‘갑(甲)’으로 군림할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 1주일여 만에 태도 바뀐 청와대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안행부에 조직 기능을 남기고 인사와 안전 기능만 이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사와 조직 업무를 담당할 국무총리 소속 행정혁신처의 이름은 인사혁신처로 바뀐다. 대국민 담화 내용이 8일 만에 수정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옛 중앙인사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설립된 중앙인사위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없어졌다. 당시 중앙인사위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5급 이상 공무원의 임용 제청과 협의, 공무원 교육훈련, 징계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결국 6년 만에 중앙인사위를 부활시키면서 위상만 대통령 직속에서 총리 산하로 낮춘 것이다. 인사혁신처장은 차관급으로 중앙인사위원장(장관급)보다 직급이 낮다.

유 수석은 조직 기능을 안행부에 그대로 두기로 한 데 대해 “차관급 혁신처장이 장관급 부처를 상대로 정부3.0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3.0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통해 국민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유치원 학부모 부담금 알림서비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조기경보시스템’ 등이 대표적 정부3.0의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1년여간 지속적으로 정부3.0을 추진했지만 세월호 사고 대응 과정에서 부처 간 협업보다는 책임 떠넘기기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또 행정혁신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정부3.0을 추진할 수 있는데도 안행부의 조직 논리에 청와대가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무엇 때문에 기능 조정하나”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할 안행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안행부의 기능 축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8일 만에 발표 내용을 뒤집으면서 유 수석은 “안행부에 대한 문책이 정부 조직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비효율성을 우려했다면 처음부터 업무를 쪼개기보다 통합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행부의 사실상 해체를 통해 관료사회의 변화를 이끌 구상이 아니었다면 굳이 행정 비용만 들어가는 조직 신설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다.

안행부의 역사만 봐도 통합과 쪼개기의 반복이었다. 1998년 내무부와 총무처를 통합해 만든 행정자치부는 2008년 중앙인사위 기능을 더해 행정안전부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지 1년여 만에 다시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 국가안전처로 쪼개겠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임기 내내 간판만 바꿔 달다가 시간을 다 보내겠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부 조직개편#안전행정부#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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