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충성심 높은 단골고객이야말로 더 많이 팔 수 있는 대상

  • 동아일보

상품 카테고리-브랜드에 강한 집착… 슈퍼 컨슈머 10%가 이익 절반 유발
이미 많이 샀기 때문에… 더 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오해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의 경영진은 치즈 브랜드 ‘벨비타’의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천연 유기농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벨비타는 가공 치즈 식품이었기 때문에 유기농 열풍에 속절없이 시장을 잃고 있었다. 그런데 크래프트 경영진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벨비타의 ‘골수팬’ 층이 꽤 두껍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골수팬은 구매자의 10%(약 240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매출 기여도는 30∼40%, 이익의 50%나 차지했다. 이들이 바로 ‘슈퍼 컨슈머(super consumers)’다.

이후 크래프트 경영진은 슈퍼 컨슈머를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이들이 좋아할 만한 햄버거와 샌드위치용 냉장 슬라이스 치즈를 출시했고 요리용 냉장 다진 치즈도 선보였다. 다양한 치즈 조리법도 수집해서 단골 고객에게 제공했다. 새로 선보인 제품들은 무려 1억 달러(약 1071억 원)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미국 컨설팅사인 케임브리지그룹의 에디 윤 회장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3월호)에 슈퍼 컨슈머를 활용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발행하는 HBR Korea 창간호에 전문 번역된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슈퍼마켓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슈퍼 컨슈머들은 전체 소비자의 10%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매출 기여도는 30∼70%에 달했다. 슈퍼 컨슈머들이 기여하는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 마케팅 담당자들은 단골 소비자들이 이미 많은 물량을 사고 있기 때문에 추가 구매를 유도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슈퍼 컨슈머의 잠재력은 무척 높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은 스테이플러(호치키스)를 한두 개 정도만 갖고 있다. 반면 슈퍼 컨슈머는 스테이플러를 무려 8개나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스테이플러로 찍은 종이의 모습이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무실, 주방, 자동차 등 여러 장소에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구비해 놓고 사용한다. 조사 결과, 슈퍼 컨슈머에게 9번째 혹은 10번째 스테이플러를 사도록 유도하는 게 일반 소비자가 스테이플러를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려서 새로 구입할 때를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더 기업에 도움을 줬다.

슈퍼 컨슈머는 광고와 판촉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해준다. 비싼 대중매체에 광고를 하거나 오랫동안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고객에게 사용하지도 않을 할인 쿠폰을 발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슈퍼 컨슈머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하게 타깃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슈퍼 컨슈머는 탁월한 혁신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제품에 강한 열정을 가졌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주 내놓는다. 실제 크래프트사는 슈퍼 컨슈머들이 자사 크림 제품에 요거트를 섞어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관련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 슈퍼 컨슈머 ::

마케팅에서 자주 쓰이는 ‘헤비 유저(heavy users)’와 개념이 다소 다르다. 헤비 유저는 단순히 많이 사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슈퍼 컨슈머는 구매량이 많으면서 동시에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가진 고객을 뜻한다. 이들은 제품을 혁신적으로 사용하고 새롭게 변형하는 데 관심이 많다. 가격에는 그리 민감하지 않으며 제품을 자주 사용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DBR#슈퍼 컨슈머#아이디어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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