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에… 상산高도 교학사 교과서 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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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정상적 선정 어려운 상황”… 일부 학교 2015년으로 과목편성 미뤄

전주 상산고가 7일 우편향·부실 제작 논란이 일었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했다. 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경기 파주시 한민고도 교과서 선정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그동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상산고, 한민고 2곳으로 알려졌으나 경북 청송여고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이날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균형 잡힌 역사교육을 위해 교학사와 지학사 교과서를 복수 채택했지만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불신과 분열을 초래해 지학사 교과서만 선정했다”고 밝혔다. 상산고는 최근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학생과 동문회, 진보 성향 시민단체 교원단체 등으로부터 전방위로 철회 압박을 받아 왔다. 학교 앞에서 피켓시위, 대자보, 서명운동이 이뤄지고 협박전화가 이어지자 상산고는 6일부터 역사교사 및 보직교사 연석회의, 교육과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교과서 선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한민고는 3월 개교할 예정인 곳. 이 학교는 정부 예산과 국방부 호국장학금을 지원받아 설립된 기숙형 사립학교다. 한민고는 아직 학교운영위원회처럼 학생, 학부모, 교사의 논의 기구가 설치되지 않아 개교 후 기구가 구성되는 대로 교학사 교과서 선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선정 문제가 이념 문제로 비화하면서 일부 고교에서는 아예 한국사 과정을 2학년 때 편성하는 식으로 피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지금은 정상적으로 역사교과서를 선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아예 선정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가 상산고가 교학사 교과서 철회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조사관을 미리 파견해 관련 사실을 조사한 데 대해 “또 다른 의미의 외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상산고가 선정 철회를 결정하기 하루 전인 6일 조사관 2명을 파견해 상산고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경위, 외부 단체의 철회 외압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교육부의 상산고 조사를 놓고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되레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압박을 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교 측의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해 조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희균 기자
#전주 상산고#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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