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미래에너지-금융 ‘세일즈 외교’… MOU만 18개 체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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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英 국빈방문]
캐머런 총리와 정상회담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
지 총리관저 앞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악수를
나누고 있다. 런던=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 지 총리관저 앞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악수를 나누고 있다. 런던=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영국 양국은 각종 양해각서(MOU)를 18개나 체결했다. 창조경제 및 미래과학 포럼, 정보기술(IT) 정책포럼 등 다양한 포럼도 개설했다. 여기엔 박근혜 정부의 대(對)선진국 세일즈외교 전략이 반영됐다. 한국 기업들이 신흥국으로 진출할 때 이미 국제사회에서 앞서 있는 선진국의 신뢰도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MOU나 포럼을 통해 선진국과 연계 고리를 걸어 놓자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각종 포럼에도 참석해 창조경제의 본산지인 영국에서 ‘근혜노믹스’의 핵심 격인 창조경제를 설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영 창조경제 포럼’ 기조연설에서 “창조성이 국부(國富)의 원천이 되는 21세기 ‘신(新)국부론’을 함께 써 나가자”고 말했다.

○ 원전-에너지 수출 잠재력 극대화

영국은 원전 노후화가 심해져 운영 중인 16기 중 15기를 2023년까지 폐기하고 10기를 2025년까지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에는 새로운 영국 원전 수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양국 정부는 포괄적 원전협력 MOU를 체결하고 원전산업 대화협의체를 매년 운영하기로 했다. 2, 3년 내 영국 원전 시장에 한국형 원전 수출을 목표로 사전 인허가 절차와 신규 용지 입찰 절차 등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양국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인 영국의 원자력 시설 해체 기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MOU에도 서명했다. 한국은 2021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 아래 원전 해체 기술을 연구 중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별도로 채택한 한영 기후변화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원자력이 안전하고 지속적이며 저렴한 에너지원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양국은 산업계의 평화적인 원자력 프로그램 참여에서 발생하는 상호 혜택을 인정한다”며 향후 원자력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런던 교통국에서 발주한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대중교통 스마트 요금 지불 시스템 개선·운영 입찰 프로젝트에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LG CNS가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창조경제 본산지에서 문화-금융 노하우 공유

양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문화와 금융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은 이들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양국은 문화·창조산업 협력에 관한 MOU도 체결하고 매년 이 분야의 최신 동향 정보를 교류하는 한영 창조산업 포럼을 번갈아 주최하기로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런던 한국영화제에 참석해 개막작인 영화 ‘숨바꼭질’ 예고편을 감상했다.

양국은 금융기관 간 총 11개의 MOU를 체결해 양국 기업이 제3국에 진출할 때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

영국은 올해 4월 기존의 금융청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건전성 감독청’과 금융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행위감독청’으로 개편했다. 한국도 내년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도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과 맺은 MOU는 영국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벤처활성화를 위한 벤처캐피털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한영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과 경제통상공동위원회의 첫 회의에 참석해 창조경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에너지, 고령화 대응을 양국 간 경협 잠재력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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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버킹엄 궁 대형 볼룸의 조명은 화려했다. 테이블 위에 장미를 비롯해 분홍색과 주황색 꽃장식이 놓여 있어 만찬장은 온통 꽃향기로 가득했다.

개인 테이블마다 다양한 크기의 잔이 6개, 포크와 나이프가 3개씩 놓였다. 메인 메뉴는 여왕의 사냥터에서 잡은 꿩구이. 와인은 영국산 카멜 밸리 피노누아르 로제 2010년산을 포함해 5종류가 나왔다. 식사 내내 대형 백파이프 공연과 함께 대형 오케스트라의 은은한 연주가 이어졌다. 비발디의 콘체르토 작품 3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등 16곡이 흘러나왔다.

5일(현지 시간) 오후 8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대로 버킹엄 궁에서 마련된 국빈만찬은 3시간 동안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졌다. 여왕은 만찬의 메뉴는 물론이고 테이블세팅, 마이크 작동 상황까지 직접 점검했다. 우리나라 공식수행원과 기업인 대표 26명, 영국 왕실 가족이 총출동했다. 최근 ‘로열 베이비’를 낳은 왕세손비 캐서린(케이트 미들턴)은 참석하지 않았다.

영국 여왕은 만찬사에서 “케임브리지 공작(윌리엄 왕세손)이 동행한 자리에서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영국은 혁신과 창의성의 전통을 갖고 있으며 한국은 기술적 전문성과 근면성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상호 강점을 융화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어로 진행한 답사에서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It is not in the stars to hold our future but in ourselves)”이라며 “130년간 쌓아온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왕은 박 대통령이 평소 존경한다고 말해 온 엘리자베스 1세의 대형 초상화 액자와 스페인 무적함대를 의미하는 은제 아르마다 접시, 여왕 내외 얼굴이 각각 담긴 은제 프레임 사진을 선물로 건넸다.

앞서 버킹엄 궁 내에서 이뤄진 여왕 주최의 오찬에서 여왕의 삼남인 에드워드 왕자(웨섹스 백작)는 박 대통령에게 “제 다섯 살 난 아들이 말춤에 빠졌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영국 왕실에까지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런던=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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