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전작 흠결 훌훌 턴 날갯짓… 가뿐하고 경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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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2013 가을마당 ‘새’ ★★★

새 무리가 떼 지어 등장하는 초반부 장면. 배우 각각의 미세한 움직임이 살아 있어 이야기의 긴장감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국립극단 제공
새 무리가 떼 지어 등장하는 초반부 장면. 배우 각각의 미세한 움직임이 살아 있어 이야기의 긴장감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국립극단 제공
초등학교 2학년 때이니 30년 전이다. 사촌형을 따라 유랑 서커스단 구경을 갔다. 송진 냄새 흥건한 천막을 들추고 마주한 광경은 신기하기보다 애처로웠다. 모래먼지 자욱한 작은 무대에서 소박한 묘기를 보여주던 사람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경직돼 있었다.

지난달 처음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객석에 앉았을 때 그 송진 냄새 생각이 났다. 무대 뒤편으로 통하는 서쪽 출입구 앞에 서 있으니 땀 냄새, 먼지 냄새, 빗물 냄새가 뒤섞여 날아왔다.

앞서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3부작 ‘개구리’와 ‘구름’을 보고 난 뒤 여러 번 그 냄새를 돌이켰다. 어색한 구조의 무대, 불편한 의자, 답답한 공기에 대한 육신의 부정적 반응을 공연에 대한 판단과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짜임새나 연기의 밀도가 턱없이 부실해도 대개 박수와 환호는 나온다. 주어진 무대 환경의 가능성을 최대한 뽑아내 관객을 향해서 전력투구한 공연이었는지. 그건 커튼콜 환성의 음량과 아무 상관이 없다. 무대에 오른 배우와 커튼 뒤 제작진이 누구보다 명확한 답을 안다.

22일 막을 올린 3부작 마지막 작품 ‘새’의 뒷맛은 가뿐했다. 송진과 먼지 냄새를 돌이킬 필요가 없었다. 완성도 높은 희극 무대를 만나기는 분위기의 눈가림이 가능한 비극 무대보다 어렵다. 깃털을 붙이고 새 울음과 몸짓을 흉내 내는 배우들은 익살맞았지만 우스워 보이지 않았다. 집단으로 등장하지만 제각각 흩어져 움직이는 배우들의 발길이나 대사가 뒤얽히는 기색도 없었다. 외형과 이야기 모두 끝까지 갈피를 놓치지 않았다.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이 통합할 가능성이 커졌고, 다음 달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은 말끔히 단장해 재개관하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쓴다. 열악한 시설을 돌아볼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마음 놓고 다음을 기대한다.

: : i : :

윤조병 작, 윤시중 연출. 박성연 임세운 최병준 윤서정 정혜선 김남수 출연. 11월3일까지. 1만∼3만 원. 1688-5966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새#국립극단#아리스토파네스 희극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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