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 뒤 지진난듯 기체 요동쳐, 매캐한 연기속 비명… 지옥 방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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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美서 착륙사고]노모와 여행 떠났던 금태옥씨의 악몽

“영화에서만 봤는데 직접 당하고 보니 정말 끔찍했습니다. 지옥 같았어요.”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214편 탑승객인 금태옥 씨(54·여)는 7일 동아일보와의 국제통화에서 긴박했던 사고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행기가 흔들린다든가 하는 이상 징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금 씨는 “안전벨트를 맸지만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지면에 부딪치는 순간 몸이 벨트를 뚫고 튕겨 나갈 듯한 강한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굉음이 난 뒤에도 기체는 좌우 양쪽으로 심하게 흔들렸고 지진이 난 것처럼 요동이 계속됐다.

산소마스크가 너덜거렸고 수화물 칸에서 기내용 캐리어 가방과 손가방 등이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졌다. 기내는 순식간에 비명과 신음, 고함과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중국 승객들이 많아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매캐한 연기가 기내에 가득 차서 주변에서 누가 다쳤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비행기가 멈췄을 때 금 씨는 옆자리에 앉은 어머니 현경련 씨(75)를 챙겼다. 고령이지만 다행히 어머니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금 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탈출하려고 했지만 통증이 몰려왔다. 비행기가 지면에 충돌했을 때 왼쪽 갈비뼈가 좌석 팔걸이에 부딪혔던 것. 충돌 순간 안경이 얼굴에서 튕겨 나가 앞도 보이질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 한 명이 연신 “괜찮으냐”고 물으며 안경을 같이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금 씨는 간신히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의 비상 미끄럼틀을 타고 탈출했다. 밖으로 나가자 미국 소방관과 경찰들이 금 씨 일행을 부축해 줬다. 금 씨가 공항 한쪽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들어서는 순간 사고 비행기 쪽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한 차례 더 들려왔다.

금 씨는 어머니와 함께 동생이 사는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로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경유하던 중이었다. 헬리콥터로 샌프란시스코에서 20여 분 떨어진 한 병원에 이송된 금 씨는 컴퓨터단층(CT) 촬영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은 뒤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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