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다음달 ‘노점 실명제’ 실시
바가지-위생-불친절 끊이지 않자
퇴출까지 가능한 강력한 대응 나서
“상인들 위기의식 갖고 노력 필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오명을 벗고 달라질 수 있을까. 종로구가 다음 달 1일부터 ‘노점 실명제’를 정식 도입한다. 국내 최초의 근대 상설시장이지만 바가지 판매와 위생, 불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광장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관리에 나선 것이다.
● ‘4번 위반’ 노점은 영구 퇴출
17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다음 달 정식 시행되는 노점 실명제와 관련해 광장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진행 중이다. 노점 실명제는 바가지 판매나 음식 재사용 등 불법 영업으로 적발된 노점상에 대해 영업정지와 벌점을 부과하고, 반복 위반 시 퇴출까지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방문객 신고가 접수되면 종로구는 위반행위 조치 기준에 따라 해당 노점에 벌점을 부과한다. 벌점이 1년간 120점을 넘거나 위반 횟수가 4회에 이르면 해당 노점은 영구 퇴출된다. 그동안 나온 전통시장 개선책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이다.
구가 강경 대응에 나선 건 계도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광장시장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장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다른 상인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광장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위생과 바가지, 불친절 등 다양했다. 2023년 11월에는 한 유튜버에게 적은 양의 모둠전을 1만5000원에 판매한 영상이 공개돼 ‘바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2024년 3월에는 고기만두를 주문한 유튜버에게 상인이 2배 가격의 모둠만두를 내준 장면이 온라인에서 확산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메뉴판에 8000원이라고 적힌 순대를 1만 원에 판매하고 항의하는 유튜버에게 불친절하게 응대한 노점이 논란이 됐다. 지난 4월에는 무료로 제공하던 생수를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2000원에 판매한 노점상이 공분을 샀다. 이달에도 한 식당이 쓰레기통에 버린 음료컵 속 얼음을 다시 꺼내 생선을 재우는 데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위생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같은 논란에 시장 방문객도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3시 광장시장 일대 인파는 약 3000∼4000명 수준이었다. 맑은 주말임에도 서울시 인파관리 단계에서 주로 ‘여유’ 또는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 “외국인도 신고할 수 있게 QR 안내”
정부와 지자체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이병권 2차관이 광장시장을 직접 찾아 상인교육과 상거래 질서 캠페인, 가격표시제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논란이 반복되자 종로구는 지난달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 달부터 노점 실명제를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노점 실명제가 완벽한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논란 상당수가 노점에서 발생했지만 제도 적용 대상이 노점에 한정돼 점포 상인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신고가 접수돼야 벌점 부과가 가능한데, 주요 피해자인 외국인 관광객은 신고 자체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었을 때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다국어 안내 문구와 신고 체계를 시장 곳곳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상인들 역시 이런 논란이 반복되면 결국 시장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시장 곳곳에 QR 신고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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