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원세훈에 ‘선거법 85조’ 적용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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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지위이용 선거운동 금지 규정… 하루 다섯차례 “결론 못내” 이례적 공개
이르면 10일 결정… 주내 수사결과 발표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공소시효(19일)를 열흘 앞둔 시점까지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할지 결론을 못 낸 채 고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9일 다섯 차례나 기자단에 공식 견해를 밝혔다. 오전에는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문제에 앞서 선거법 적용이 가능한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오후에는 “오늘(9일)은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검찰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내부 진통을 하루에 여러 차례 전달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사팀은 이르면 10일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적용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고, 이번 주 중후반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주말 내내 선거법 85조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선거법 85조는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아 원 전 원장에게 적용하면 이례적인 형사처벌이 된다.

검찰에 따르면 선거법 85조를 적용한 주요한 대법원 판결은 하나뿐이다. 한국관광공사 감사였던 이원형 씨가 2010년 7월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직원 3명을 사무실에 불러 “내가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 친하다. 주변에 이 후보에 관해 말을 잘해 달라”고 한 혐의로 2011년에 벌금 150만 원을 확정 받았던 사건이다.

그러나 원 전 원장에겐 이 씨처럼 직원들에게 직접 선거운동을 지시한 증거가 없다.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들이 내부망에 올라온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있는 “종북 정권이 들어오면 안 된다. 적극 대응하라”는 내용을 보고 특정 후보에게 비판적인 댓글을 쓰거나 찬반 버튼을 누른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은 종북세력 대응 활동 도중 특정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직원들이 지시를 오판한 건데 원 전 원장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과 ‘원 전 원장의 말은 오해할 만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원 전 원장과 비슷한 사례지만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하진 않아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사건도 있다. 2008년 4월 서울시선관위는 교육감선거를 3개월 앞두고 시교육청의 월간 홍보지에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이 학생 80여 명과 찍은 사진과 정책이 게재되자 공 교육감에게 선거법 85조 위반 혐의로 ‘공명선거 협조’를 요청했다. 공 교육감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혀온 상태였다. 선관위는 “공 교육감이 사진 게재를 지시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워 공명선거 협조 요청만 했다”고 밝혔다.

한편 수사팀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겐 선거법 85조를 적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고 보고 있다. 경찰 수사의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한 것이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여야 모두 수사 결과 발표를 종용한 상황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선개입#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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